10.29 이태원참사 1주기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추모 미사

대통령 발언 ‘불의의 사고'은 모든 탓을 희생자들 잘못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다

국가가 사라진 날, 10대가 바다에서 죽고, 20대가 땅바닥에서 죽고...  다음은 무엇이냐

검찰권력 남용하는 검찰깡패, 법을 사고파는 법장사들의 놀음을 당장 멈추도록 탄핵하라

지난 10월30일 오랜만에 평화로운 길거리 미사를 가졌다. 마이크 왁왁빵빵 방해 집단이 없어서 심신이 피곤하지 않았다. 사제단 신부 20명을 폭탄으로 죽이겠다는 분도 잡혀서 경찰도 과도한 경계를 하지 않았다.

미사 전 위령기도를 드렸다.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면서 시작한 위령 기도는 '10.29 참사희생자들과 세상을 떠난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비로 평화의 안식을 얻게 하소서...'하는 마침 기도로 끝났다. 지난해 11월14일 사제단은 이태원참사 추모 미사를 봉헌하면서 희생자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며 연도 기도를 바쳤다. 이 미사를 두고 경찰이 명단 공개를 범법이라고 하고 언론과 정치계가 패륜으로 몰고 갔다. 올해는 뭐라고 하려나~~

언제나 신부님들 입장은 뭉클하다. 맨 마지막에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입장하시는 문정현 신부님을 보면 안타깝고 죄송하다.

 

미사를 시작하면서 송년홍 신부는 “작년 이맘때 이름을 부르지도 못하게 했다. 영정 사진도 위패도 없이 분향소를 설치하고 조문하라고 했다. 검정 리본에 근조도 못 쓰게 했다. 자식이 죽어서 울고 있는 부모에게, 형제·자매가 죽어서 울고 있는 가족에게, 친구가 죽어서 울고 있는 친구에게 울지 말고 조용히 가만히 있으라고 겁박하고 모이지 못하게 했다. 이름을 부르고 추모하면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라고 윽박질렀다. 짐승이 아니라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자식과 친구를 잃고 슬퍼하는 유가족을 보면 함께 아파하고 울어준다. 그런데 사과는커녕 책임자 처벌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과도, 책임자 처벌도, 진실규명도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왜? 저들이 하지 않을 거니까. 그러니 우리끼리 위로하고, 손잡아 주고, 우리가 진실 규명을 위해 서로가 노력하자. 함께 한다는 것은 비가 올 때 같이 비를 맞는 것이고, 아파하면 함께 아파하고 울어주는 것이다”고 했다.

*송년홍 신부  추모발언 및 공지사항: https://www.youtube.com/watch?v=YfnQZ-hyQDc

송년홍 신부
송년홍 신부

강론은 안동교구 김영식 정의구현사제단 대표 신부가 맡았다.

김 신부는 강론을 통해 “작년 사제단이 연도를 바치며 한 분 한 분 안식을 빌어주었을 때 유가족 중 아버님 한 분이 미사를 봉헌해 주어 고맙다고, 이름을 부르며 기도해 주어서 큰 위로가 되었다고, 우리 아이를 밝은 세상으로 꺼내주어 고맙다고, 아무도 손 내밀지 않는데 우리 편이 되어 주어 큰 위로가 되었다고, 아이들을 엄마·아빠 품으로 돌려주어 고맙다고 우셨다. 하나님의 아들, 딸들의 영혼을 아버지께 맡겨드리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일은 사제가 당연히 해야 했던 일이다.”고 했다.

안동교구 김영식 신부( 사진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nnhA5GzFE0o&t=6360s)
안동교구 김영식 신부( 사진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nnhA5GzFE0o&t=6360s)

김 신부는 <크러쉬>에 대해서도 말했다.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과정을 다룬 2부작 다큐멘터리 크러쉬가 공개됐다. 제작진은 ‘한국은 잦은 시위로 대규모 군중을 다루는데 매우 잘 준비되고 경험도 많은 나라인데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는 왜 예외였는지 물어야 한다. 두 참사의 공통점은 희생자 대부분이 젊은이였다며 참사의 원인은 정치적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참사가 벌어진 우리나라에서는 예고편조차 볼 수 없다. 드러나서는 안 될 진상이 드러나고 책임자는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 두려워하고, 무서워하고 있다. 감추고 숨기는 자가 바로 처벌받아야 할 책임자요. 범인이다.”

김 신부는 또한 "지난 대선 이후 대한민국은 검찰 독재 나라가 되었다. 짧은 시간 동안 경제성장률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에 근접, 주가는 곤두박질, 물가는 솟구쳤다. 무역 수지는 최대 적자, 부자 감세, 복지 감소 정책은 확대돼 주권자들은 고달픈 일상에 맞닥뜨리고 있다. 윤석열과 검찰 정권, 국민의힘은 정치적 중립 의무를 팽개치고 선택적 수사와 기소로 막강한 검찰 권력을 남용하는 검찰 깡패, 법으로 밥을 사고파는 법장사들의 놀음을 당장 멈추도록 탄핵의 그날을 앞당겨야 한다. 우리 모두 눈앞에 벌어진 일과 앞으로 닥치게 될 일 때문에 기가 막히지만 끝내 이길 것이다. 고난의 강을 함께 건너면 끝내 이길 것이다“고 했다.

김영식 신부 강론 전문 보기 :  https://www.youtube.com/watch?v=01GPpW6ovAg 

이어 이정민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과 이태원참사시민대책위 김덕진 대외협력위원장이 연대 발언을 했고, 김규철 시인은 추모시를 낭독했다. 

이정민 씨(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이정민 씨(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먼저 이정민 위원장은  “작년 12월 24일 미사를 보던 때가 생각난다. 그때 미사 바로 옆에서 캐럴을 틀면서 방해하던 악마들을 봤다. 그런데도 꿋꿋이 미사를 집전해 주신 신부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지난 1년 동안, 이 정부는 이태원 참사가 잊히도록 끝없이 외면하고 무시했다. 유가족들이 지쳐서 모두 흩어질 때까지 끝없는 압박을 가했다. 참사 1주기 당일 시민추모대회에 윤석열 대통령을 초청해 159명이 희생된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었다. 뉴스로 윤 대통령이 추모예배에 갔음을 알게 됐다. 대통령이 추도사에서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불의의 사고’라니, 천만의 말씀이다. 정부가 제대로 대처했으면 한 명도 죽지 않았다. 대통령은 ‘불의의 사고라고 왜곡해서 모든 탓을 희생자들 잘못으로 돌리려 한다. 우리는 끝까지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그 원인을 찾을 것이다. 여러분이, 여러분의 가족이, 여러분의 이웃이 유가족이라는 이름을 달지 않고, 길거리에서 피눈물 흘리는 일이 없도록 진상을 규명하고 원인을 찾을 것이다”고 했다.

이정민 위원장 발언 모두 보기 : https://www.youtube.com/watch?v=vXJd2MJveIM

김덕진 위원장은 "이태원참사 시민추진위원을 모집했는데 2만 명에 가까운 인원이 참여했다. 시민들의 관심이 살아있음을 느꼈다"고 했다. 

* 김덕진 위원장 발언 전문 보기 : https://www.youtube.com/watch?v=Tzk-SbDsmag

김규철 시인(사진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nnhA5GzFE0o&t=6360s)
김규철 시인(사진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nnhA5GzFE0o&t=6360s)

김규철 시인은 "우린 젊었을 뿐이라고.... 우린 사랑했을 뿐이라고.... 우리의 손은 허공을 잡았고... 우리의 심장은 막히고 터졌어.... 막을 수 있었잖아... 예상한 일이잖아.... 젊음의 혈기가 어디로 향하는지 알았던 일이잖아.... 있어야 할 국가가 사라진 날, 10대가 바다에서 죽고.... 있어야 할 국가가 사라진 날.... 20대가 땅바닥에서 죽고....  다음은 무엇이냐?"고 절규했다.

* 김규철 시인 시 낭독 동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sMpBsyLK-g

성명서를 낭독하는 하춘수 신부
성명서를 낭독하는 하춘수 신부

사제단 성명서는 하춘수 신부가 낭독했다. 요약하자면

자식을 빼앗긴 유가족들의 가슴에 한이 쌓이고 있다. 국가권력이라는 것은 태생이 야만의 괴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말인가? 세월호가 마지막인 줄 알았는데 이태원 참사가 또 일어났다. 금이야 옥이야 키운 아이들이 일백오십구 명이나 죽었는데 진상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없었다. 이태원은 천재가 아니라 인재, 구체적으로는 관재였다. 하지만 대통령과 장관들은 모르쇠로 발뺌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홍수로부터 마을을 지켜줄 둑이 터진 나라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겠다던 자들에게 말한다. 서울 한복판에서 젊은이들이 깔려 숨을 쉬지 못하던 그날 그 시간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국민께 숨김없이 낱낱이 고하라. 엎드려 울고불고 용서를 청하라.

사제단이 희생자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였다. 우리는 하느님의 아들딸들을 하느님 아버지께 손잡아 건네 드리고자 했을 따름이다. 가눌 길 없는 슬픔 속에서 애통해 하는 부모와 형제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 주도록 하자. 사람의 사람다움, 곧 사랑은 모두의 천성이니 희망을 접지 말고 우리 서로 보살피자. 마지막으로 대통령 윤석열과 여당 국민의힘에 당부한다. 어서 <10.29 참사 특별법>을 제정하라.

다음 주 시국기도회는 6일 오후 7시 30분 경기도 수원시 정자동 주교좌 성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 10.30 시국미사 성명서 전문보기 =>>https://cms.hani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9954

* 참고 사이트 : http://www.sajedan.org/
* 참고 동영상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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