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는 별들의 모임이다. 제 29기 주총에도 많은 별들이 모여 자신들의 빛을 발하였다. 이 분들을 만나 이야기 나누는 것이 내게는 늘 행운이다. 이 분들이 있기에 한겨레가 정론지로서 올바른 방향을 잃지 않고 제 길을 갈 수 있었으며 광장을 가득 채웠던 촛불도 꺼지지 않을 수 있었다. 대표 연설이 끝나고 나서야 인터뷰를 할 수 있었기에 많은 분들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주총에 참석한 모든 주주들이 역사와 사건의 현장 속에서 올바른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 혼신의 힘을 다하여 왔음을 알게 되었다.

 

<사실 보도의 정론지 방향을 계속 이끌어달라>

최관철(77세, 강원도 홍천)씨는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부인과 주총의 홀에 앉아 있다가 수줍은 태도로 맞이하여 주셨다.

한겨레가 창간하던 해부터 지금까지 독자로서 신문을 사랑하며 구독을 하였지만 당시에는 추첨배당을 받지 못해 차일피일 시간이 지나버리고 올해에야 처음으로 주주가 되었고 한겨레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고 싶어서 참석하게 되었다고 하셨다.

한겨레가 가진 최대의 장점은 역시 팩트에 입각한 사실 보도이며 정론지로서의 방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와 사람들의 의식이 변한다 하여도 한겨레는 창간의 이념을 잊지 말고 바른 길을 가기를 바란다고 하셨다.

촛불과 탄핵으로 민주주의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지만 독자와 시민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염려하셨다. 오랜 독재와 권력과 부패에 야합하는 언론에 많은 시민들이 무의식적으로 동화 되어가는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으니 한겨레가 앞장서서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말씀으로 끝을 맺으셨다.

조용 조용한 말투 속에서도 온유함 속의 강함을 느낄 수 있었으며 사회가 올바르게 작동되기를 갈구하는 염원이 느껴졌다.

 

<탄핵은 끝이 아니라 또다른 혁명의 시작>

전태운(84, 영등포)씨는 1960년 4.19의 엄혹한 시위현장에서 온 몸으로 새로운 역사의 태동을 맞이하고 있는 사진을 보여주시며 당시의 상황과 현재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하여 굳은 신념을 가지고 당신의 생각을 펼치셨다.

한겨레 창간 시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한겨레 신문을 구독하고 스크랩하며 아침을 시작한다고 하셨다. 신문에 실린 글자와 문장들은 언론인들의 철학적 이념이나 가치관, 역사관, 사회관, 언론관을 갖추고 있기에 허투루 보아넘길 수 없다고 하셨다. 탄핵은 끝이 아니라 또다른 혁명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며 독자와 신문이 함께 건강한 통일국가를 이루기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와 정치적 체제에 대한 고민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하셨다. 동서독의 통일을 부러워하며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하셨다.

 

<사회의 목탁이 되어 달라>

마지막으로 만난 분은 승정연(32, 대전)씨였다. 아버지인 승광운(62)씨가 주주로 참석해서 어머니와 함께 오게 되었다고 하였다.

독재와 부정부패의 사회가 아닌 민주주의를 신봉하기에 한겨레 주주가 되었다. 한겨레가 다른 신문보다 팩트에 입각하여 논리적으로 기사를 쓰는 것이 마음에 들며 감정적으로 흐르지 않는 것을 매력으로 여긴다고 하였다.

한겨레가 언제나 창간이념을 굳건히 지켜주기를 바라며 기사 작성에 있어서 중립적인 자세를 취하느라 진보쪽의 사소한 문제나 잘못도 파헤침으로써 수구적인 언론에 이용당하는 경우가 있어서 안타깝다고 하였다. 참언론으로 수구적인 언론에 대하여 더욱 강한 전투를 바라며, 우리 사회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극심한 경쟁체제가 이어지도록 하는 시스템이나 약자가 착취당하는 풍토를 개선해야 하고 노동시간에 있어서도 법정시간의 준수나 여가가 있는 삶을 만들어 가는데 신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올바른 개혁의 바탕 위에서 미래사회를 위하여 사고의 틀이 확장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종이신문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이나 재정상의 문제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러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해서 사회의 목탁이 되었으면 하였다.

이 이외에도 주총을 하는 도중에 신문이 우월감을 가지고 독자들을 계도하려고 한다던지 신문의 관심영역이 상당히 편협하여 읽을거리가 부족하다거나 시민들의 생활에 대하여 관심이 부족하다는 등의 의견을 개진하는 주주님들이 있었다.

주주님들의 신문에 대한 변치 않는 애정과 관심은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이러한 애정은 신문이 지금까지 어려움을 견디고 정론지로서 굳건히 서는데 절대적인 힘으로 작용하였지만 너무나 두터운 틀이 되어 그 껍질을 깨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데 오히려 짐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독자들이 연세가 들어가심으로 그 분들의 이념이나 사상, 철학이 기사의 방향성에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어쩌면 세상과 함께 변화하는 것이 더딜지도 모른다는 염려도 많은 독자들이 하고 있었다. 젊은 독자들은 한겨레가 가진 언론으로서의 어려움과 재정적인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눈은 과거보다는 미래를 향하고 있기에 더 많은 변화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인터뷰를 하는 동안 젊은 세대들이 실제로 생각보다 현실을 더 냉철하게 분석하며 신문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 재정적 어려움도 많이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어른 세대들도 마음을 열고 새로운 생각과 세계를 받아들일 준비가 잘 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주주들이 공통적으로 바라는 가장 큰 기대는 한겨레가 정론지로서의 기조를 잃지 않은 바탕 위에서 새로운 세계와 질서를 만드는데 앞장 서 주는 것이며,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을 통하여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사진 : 권용동 주주통신원, 김종선 주주통신원, 양성숙 부에디터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종선 주주통신원  haohut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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