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하면 무엇이 먼저 생각날까? 예전에는 미역, 다시마, 전복이었다. 지금은? 마광남선생님이다. 마광남선생님은 한겨레 주주통신원이다. 마선생님은 한겨레:온에 완도에 관한 많은 글을 올려주시고, 주주통신원 카페에는 완도의 다양한 모습을 거의 매일 사진으로 올려주신다. 이런 글을 보면 있노라면 마선생님의 완도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저절로 느껴진다. 마치 귀한 자식을 대하는 모습이랄까?마광남선생님의 완도에 대한 화수분 같은 애정이 부럽다. 나는 그런 고향이 없기 때문이다. 월남한 실향민 대부분이 그렇듯, 아버지는 정착이 늦어져 결
저는 불자는 아니지만 절을 좋아합니다. 절은 그 산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망이 아주 좋거나, 알토란같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절들이 많습니다. 집을 나와 걸어서 한 시간 반 정도 가면 원통사(圓通寺)란 절이 있습니다. 원통사도 북한산에서 전망이 최고라 할 정도로 좋은 자리에 있습니다. 신라시대에 지어진 천년 넘은 고찰입니다. 圓通(원통)이란 말은 ‘내 마음과 관세음보살이 두루 통한다.’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그래 그런지 오래된 절에는 우러나오는 어떤 심오함이 느껴집니다. 조용한 경내에선 발걸음도 조심스
단체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남편도 나도 느릿느릿 세월아 네월아 하며 되도록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맘대로 다니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또 둘 다 사회적 능력이 부족하여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관계맺음에도 미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관매도 단체여행은 가고 싶어 몸살이 났다. 일정을 보니 빡빡하긴 하지만 ‘의미’와 ‘여유’ 두 가지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남편을 졸라 동의를 받고 여행을 신청했다.세월호 참사 당시 가장 먼저 어선을 동원해 현장에 달려가 구조한 이들 가운데 많은 이가 관매도 주민이다. 매년
개나리 하면 진달래, 진달래 하면 개나리, 둘은 친구 같은 꽃이다. 둘 다 비슷한 시기에 꽃이 피고, 꽃이 지고 나서야 잎이 나온다. 서로 가까이 피어 있으면 분홍과 노란 색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잘 어울린다. 귀여운 꼬맹이들이 모여 재잘거리는 아우성처럼 늘 군락을 지어 소곤대고 있다. 그럼에도 시끄럽지 않고 구수한 냄새가 나는 우리 전래동화 같은 꽃이다. 그런데 두 꽃은 서로 닮은 것 같기도 하지만, 느낌은 무척 다르다.개나리는 선머슴 총각 같이 멋이 없는 뻣뻣한 꽃이다. 색도 그냥 두툼한 샛노란 한 가지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은 쓰레기를 매립하던 난지도를 안정화사업(배수로공사, 침출수 차수벽 설치, 차수막 설치공사, 가스관 공사 등)을 통하여 환경공원으로 조성한 곳입니다. 늘 한번 보러가야지 하면서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일요일이라 사람이 많을 거야.. 꽃구경하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꼬.. 이런 저런 생각에 발길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가까운 내부순환도로를 타면 바로 갈 수 있는 곳이라서 언제든지 갈 수 있다 생각하고 민적거리다 6년 전부터 슬슬 발걸음을 하게 된 공원입니다.월드컵공원은 서울시민이 1978년부터 15년 동
지난 주 1박2일 경주를 다녀왔다. 경주는 워낙 유명해서 이런 저런 유적지를 모르는 분이 없을 것이다. 하여 여기선 경주의 멋진 하늘과 맛집 몇 곳을 소개하고자 한다.덴마크만한 하늘이 있겠는가 싶었는데 경주의 하늘도 참 맑았다. 해안가 도시라 그럴 수도 있고 공장이 없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함께 동행한 이미진 편집위원 말씀으로는 서울에 오면 공기가 나빠 다니기가 힘들다고 한다. 서울과 공기가 다르니 하늘도 다르겠지.... 경주는 유명한 관광지다. 관광지에 가면 외지인들은 이런 저런 바가지를 쓰게 되어있다. 가장 속상한 것이 음식점
덴마크는 쓰레기통도 집이 있다, 없다? 정답은 "있기도 하다"다. 아래 사진은 헬싱괴르의 한 집에서 찍은 사진이다. 재활용통이겠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너무 궁금해서 주인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살짝 열어보았는데 일반 쓰레기통이었다. 쓰레기통에 바퀴도 달리고.. 너 참 호강한다. 덴마크는 남성 소변기가 있다, 없다? 덴마크는 아주 큰 장소(역 등) 말고는 화장실이 남녀공용인 곳이 많다. 물론 장애인화장실은 따로 있다. 코펜하겐에 있는 국립미술관도 화장실이 남녀공용이다. 그래서 남녀가 함께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익숙치 않아서 좀 민망
덴마크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10일간의 여행으로 다 알 수는 없지만 내가 겪고 느낀 바를 조심스레 기록해본다.친절한 덴마크 사람들내가 겪은 덴마크 사람들은 친절했다. 눈이 마주치면 늘 웃는다. 눈이 마주쳐도 무덤덤하게 지나는 것이 일상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지간히 어색함을 느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웃어주면 나도 웃고자 하지만 때때로 순간 타이밍을 놓칠 때도 있다. 습관화된 행동과 의식하고 하는 행동은 그렇게 다르다.웃는 것뿐만 아니라 친절을 베푸는 데도 선수다. 우리가 여행한 지역 대부분의
늦가을 숲속의 냄새는 은은하면서 구수하다. 낙엽이 흙으로 돌아가기 위해 썩긴 썩는데 희한하게도 그 냄새는 고약하지 않고 향긋하기까지 하다. 비라도 오는 축축한 날이면 그 냄새가 더 술술 퍼져 나오는 것 같다. 뿌연 물기를 타고 맘껏 땅에서 솟아올라 모체인 나무에게 ‘나 잘 썩고 있다’고 자랑이라도 하는 듯 그 향기는 풍성하다. 눈을 감고 코를 한껏 올려보면 어미에게 다가가는 그 냄새에 취해 잠시 나도 나무가 된 기분이다.낙엽은 나무의 배설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1년 내내 햇볕을 받아 양분을 만들어 맘껏 자라게 해주고, 열매까지 영글
덴마크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된 곳이 여섯 곳 있다. 세 곳은 문화유산이고, 나머지 세 곳은 자연유산이다. ▲ 좌로부터 로스킬레 대성당, 스티브스 클린트, 바덴해, 헬싱외르의 크론보르 성, 옐링의 고분군, 비석과 성당, 일룰리사트의 빙하 피요르드먼저 문화유산부터 살펴보고자 한다.첫 번째 문화유산은 1994년도에 선정된 옐링의 고분군, 비석과 성당(Jelling Mounds, Runic Stones and Church)이다. 옐링은 유틀란드 반도 중부에 있다. 옐링 근교에서 발견된 10세기 비석에는 덴마크의 기원을 알 수 있는
덴마크는 환경을 중시하는 나라다. 1972년 세계 최초로 환경법을 도입했다. 그리고 이 법을 발전시켜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환경보호법을 갖고 있다. 이 강력한 법으로 오염물질 배출에 대해 철저한 규제와 더불어 새로운 친환경 기술 개발도 이루어왔다.한 예로 1970년대 석유위기에 고통을 겪은 덴마크는 이후 에너지에 대한 높은 세금부과와 승용차 요일제,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물 건축 등으로 에너지 소비량을 줄여나갔다. 1970년대에 비해 경제는 70% 이상 성장했는데 에너지 소비량은 그때와 비슷하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나라다.
약 30년 전 이야기다. 결혼을 하고 그 이듬 해 4월 말. 봄 휴가를 받았는데 남편하고 일정이 맞지 않았다. 그냥 집에서 출근한 남편만 기다리며 푹 쉴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미혼의 직장 선배 샘들이 나를 꼬드겼다. 내 신혼 이야기를 할 때면 무심하고 눈치 없는 울 남편을 흉보며 “야.. 너... 안 그렇게 봤는데.. 왜 그렇게 사냐?” 라고 나를 구박했던 그 선배들이 남편을 버리고 지리산에 가자고 날 부추켰다. 그렇게 해야 새색시 귀한 줄 안다면서...그 때의 지리산 경험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바람이 세차게 불면서 비가 흠
어려서 본 동화 중 가장 슬펐던 것은 ‘플란더스의 개’다. 어린 네로가 사는데 지치고, 배도 고프고, 잘 곳도 없어 성당에 들어가 그림을 보다가 그의 개 파트라슈와 함께 얼어 죽는 마지막 장면은 두고두고 눈물을 흘리게 했다. 그 다음 슬펐던 동화는 ‘성냥팔이 소녀’였다. 성냥팔이 소녀도 굶주림과 추위에 지쳐 잠이 들었다 얼어 죽고 만다. 비록 어렸을지라도 얼어 죽는다는 것이 얼마나 비참하고 서러운 일인지 어렴풋이 알지 않았나 싶다.이 ‘성냥팔이 소녀’의 작가는 안데르센이다. 이 밖에 그의 작품 ‘인어공주’와 ‘빨간 구두’에도 아이들
덴마크 본토는 약 4만3천㎢로 5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독일과 연결된 유틀란드 반도(제 2의 도시 올후스가 있음)와 코펜하겐이 있는 셀란 섬, 오덴세가 있는 핀 섬과 핀섬과 셀란 섬 사이 아래에 위치한 롤란 섬이 본토의 주요 영역이다.롤란 섬에는 덴마크 최고의 명소 10에 들어가는 하얀 절벽, Møn’s Cliff(몽스 클리프)가 있다. 코펜하겐에서 몽스 클리프로 가기 위해선 기차를 타고 보르딩보르그역에 내린 후 버스를 타고 스테예까지 간 후 다시 버스를 타고 몽스 클리프 공원 입구에 내린 후 걸어가야 한다.
'남산'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무엇일까요?남산타워? 남산도서관도 있네요. 그런데 불편한 진실이 있습니다. 요즘 '왕자의 난'으로 시끄러웠던 '롯데'와 관계된 일입니다. 손정목 서울시립대 명예교수가 펴낸 책 (2003)에는 특혜 속에 탄생한 롯데의 비화가 상세하게 담겨 있습니다. 그가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으로 있던 1973년 당시 양택식 서울시장과 함께 김종필 총리에게 불려갔었고 이후 정부는 공개입찰을 벌였고 롯데는 단독 응찰해 낙찰 받았습니다. 그 결과 서울 중구 소공동 지금의 자리에 '롯데호텔
덴마크 여행기간 주로 기차이동을 많이 했다. 코펜하겐을 중심으로 5개 방향으로 움직여 헬싱괴르, 로스킬레, 스웨덴 말뫼, 보딩보르그, 오덴세 역에 가보았다. 기차역사는 코펜하겐부터 스웨덴의 말뫼까지 비슷했다. 로마네스크인지 바로크양식인지.. 오래된 건물을 그대로 사용했다. 예전 우리 서울역청사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 역의 모습은 이러하다. 기차표는 역사에서 판다. 근무 외 시간대나, 작은 역에서는 역사 내에 있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기차표를 살 수 있다. 기차표를 구입할 때 날짜가 지정된다. 지정 날짜에 목적지까지 아무 때나 사
지리산의 동생 덕유산에 갔습니다. 그런데 비가 왔습니다. 저는 부슬부슬 비오는 산을 무척 좋아합니다. 그런 산은 구름이 산을 덮고 있거든요.혹시 구름소리 들어보셨나요? 구름에 무슨 소리가 있냐고요? 바람소리라고요? 아니에요. 그냥 바람소리하고는 다르답니다.바람이 촉촉한 구름을 몰아줄 때면 물기 어린 구름이 살포시 들릴듯 말듯 사아악~~~ 소리를 내며 바람을 타고 옵니다. 제가 올려드리는 사진에서 구름소리를 함 들어보세요.산에 구름이 끼어 10m 앞도 보이지 않으면 저는 비로소.. 저를 산에 맡깁니다. 사람들과 좀 떨어져 걷다 보면
코펜하겐에서 1시간 30분 기차를 타고 오덴세에 갔다. 오덴세는 북유럽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이다. 그리고 안데르센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서 안데르센 박물관이 있다.안데르센 박물관을 구경하기 전에 오픈 마켓이 열린다고 하여 가 보았다. 오픈 마켓이란 우리나라 3일장과 비슷한 야외장터이다. 수요일과 일요일 오전에만 장을 연다. 오픈 마켓에서는 아래 사진처럼 과일, 야채, 치즈, 생선, 꽃, 모종, 뜨게 작품, 꽃장식품 등의 물건을 팔았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민들이 사는 나라, 덴마크는 어떤 나라일까? 8박 9일 동안 덴마크를 여행했다. 덴마크의 맛만 살짝 보았다고나 할까? 그 맛 중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덴마크는 하늘이 정말 파랗다. 코펜하겐 인근 도시 2곳, 그리고 좀 떨어져 있는 시골마을 스테예, 덴마크의 3대 도시 오덴세를 슬슬 걸어다니면서 하늘만큼은 정말 부러웠다. 요새 우리나라에서는 도통 파란 하늘을 볼 수가 없다. 그래 그리 눈부신 파란 하늘이 부러웠을까? 하늘이 너무 맑아서 그랬을까? 하늘과 나와의 간격을 느낄 수 없었다. 늘 저 멀리 있는 줄
얼마 전, 한겨레신문에서 ‘동피랑 벽화마을’에 대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통영시에 있는 '동피랑 벽화마을'을 기획하고 만든 주역인 윤미숙(52) ‘푸른통영21’ 사무국장을 통영시가 갑자기 해고를 했다는 기사였습니다. 지금 그 분은 어떻게 되었을까요?‘동피랑’은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벽화마을일 겁니다. 원래 ‘동피랑’은 없는 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산동네입니다. 이 마을 꼭대기에는 조선시대 통제영의 동포루가 있습니다. 2006년 통영시는 동포루를 복원하고 주변을 공원으로 조성하려고 ‘동피랑’ 철거계획을 세웁니다.이에 지역사회
손발이 꽁꽁 얼고 빰이 따가울 정도로 눈바람이 매섭다 해도, 겨울 산은 다시 가고 또 가고 싶은 산입니다. 어떤 계절의 산도 만물을 뒤덮은 백색 고귀함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연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보여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 갑니다. 그 산을 보러, 그 산을 담으러, 나도 그 산 속 아주 작은 한 점이라도 되고 싶어서...상고대는 순우리말입니다. 나무나 풀에 습기가 얼어 얼음꽃이 피었다 하지요. 하얀 꽃이 핀 것 같다고 눈꽃이라고도 하지만 눈이 수북히 쌓여 생기는 눈꽃과는 아주 다릅니다. 펑펑 내리며 잠시 피었다가 뚝 떨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