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느끼는 모든 감정은 글과 만날 때, 한 편의 시가 된다. 아모스 오즈의 은 한나의 시다. 한때 문학을 공부했고, 미카엘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무너져가던 한나의 무의식과 의식 그리고 감정들을 풀어낸 잿빛으로 가득한 장편의 시. 한나는 대학교 계단에서 미끄러진 자신을 도와준 미카엘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이르게 된다. 아버지로부터 형성된 남성관, 친구로 지내던 쌍둥이 형제를 통해 느낀 정복감으로 성장한 한나는 미카엘과의 결혼으로 무너지기 시작한다.한나가 평소 가지고 있던 남성성은 또 다른 남성성을 만날 때
“세상에 잊어도 될 범죄는 없다.”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시그널' 이재한 형사의 대사다. 수많은 범죄가 빈번히 일어나고 오늘도 어딘가에서 이유 없는 묻지마 살인이 일어난다. 우리는 어김없이 입에서 입으로, SNS 등으로 신랄하게 비난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돌리거나 예능과 드라마를 찾아본다. 이렇게 범죄가 끊이지 않는 오늘날, 매일 스스로를 지키며 살아가는 우리들 삶에 웃음과 희망 가득한 이야기들은 없어서는 안 될 일종의 처방전이자 힐링이다. 하지만, 여기 살기 위해 어둠과 대면
‘노래는 현재를 채우는 동시에 미래의 어딘가에 있는 청자의 귀에 닿기를 희망한다. 노래는 앞으로 다가간다.’ - 우리가 아는 모든 언어, 존 버거우리 삶에 ‘음악’ 이 주는 영향은 대단하다. 여느 때와 같은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지나친 장면들을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은 사진처럼 간직할 수 있게 하고, 길 위에 굴러다니는 검은 봉지와 같은 하찮은 것들에도 공감을 하게 하는 것이 음악이다. 이러한 음악은 예술가의 영감이 되기도 하고, 그 영감이 또 다른 위대한 문화로 탄생하기도 한다.소설가이자 화가인 존 버거는 아랍어로 노래하는 여가
“그는 사복을 입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이 창피했고, 영화관에서 전쟁 뉴스를 보는 것이 창피했고, 수업이 끝난 후 이스트오렌지에서 뉴어크의 집까지 버스를 타고 오는 길에 석간신문에서 ‘바탄함락코’ ‘레히도르함락’ ‘웨이크 섬 함락’ 같은 일면 톱기사를 읽는 사람 앞에 앉아 있는 것이 창피했다. 태평양에서 미군이 연거푸 엄청난 패배를 거듭하는 상황에서, 그는 마치 그곳에 가기만 하면 자기 혼자서도 판도를 뒤집을 수 있기라도 하다는 듯 이곳에 있는 것에 창피함을 느꼈다.” 필립 로스의 네메시스는 한 남자가 스스로에게 내리는 단죄다.1
'화성인들이 지구를 침공했으니 탈출하라.'1938년 할로윈 데이, 라디오를 통해 울려퍼진 이 '대사' 는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피난길에 오르게 했다. 이 대사의 주인공은 라디오 드라마 , 당시 23살이었던 오손 웰즈의 연출작이다. 라디오 드라마도 평범하게 제작하지 않았던 오손 웰즈는 1941년 당시에는 '흥행 참패' 의 키워드를, 지금은 '혁명' 의 키워드를 가진 이라는 대작을 탄생시킨다.◆ 현명한 영화,
87년 6월 시민항쟁의 승리로 그해 연말 치러진 제13대 대통령 직선제 선거는 내게 특별한 기억을 만들어주었다. 당시 나는 전국 3천여 명의 대학생으로 구성된 ‘대통령선거 공정선거감시인단’에 자원했다. 어렵게 얻어낸 세상을 바꿀 기회를 ‘부정선거’로 날릴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거주지인 서울 구로 갑 지역에서 활동했다. 차가운 눈바람을 가르며 며칠간 동사무소 직원과 함께 집집마다 방문해 투표대상자를 확인하고 부재자, 유령투표대상자를 골라냈다. 거주지에 없는 유령투표자가 꽤 많았다. 선거날인 16일 나는 온수동 투표소에서 감시활동을
미셸 우엘벡의 는 밀려드는 신물결 속에 소외된 개인이 어떻게 파괴되어 가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68혁명 이후, '성의 자유'에 매료되어 혼란한 서구사회에서 소외된 채 살아가는 이부형제의 인생을 그려낸다. 이들의 아픔을 묘사하고, 성, 사랑, 경쟁, 가족, 종교에 대한 통찰과 비판까지 보여준다. 미셸 우엘벡은 자칫하면 낙오자의 인생으로 치부될 이부형제의 인생을 외면하지 않고 전달해 우리의 가슴을 아리게 하고 씁쓸함 마저 불러일으킨다. 의 주인공들 브뤼노와
요새 용서와 화해란 말이 많이 나온다. 3월 16일자 성한용 칼럼의 제목은 이러하다.“진실과 사죄 없이 용서와 화해 없다”칼럼의 결론은 이렇다.“국가적 범죄나 인권침해를 조사하고 처벌하기 위해 설치되는 진실화해위원회라는 기구의 이름에 ‘진실’과 ‘화해’가 들어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철저한 진실 규명과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죄가 있어야 용서와 화해도 가능한 것이다.”관련기사 :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86628.html이 글을 읽으면서 오래전 보았던 영화 Malena가
‘자석이 쇳가루를 끌어 모으듯 ’사건‘은 많은 사람들을 빨아들인다. 폭심지에 있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 이를테면 각자의 가족, 친구와 지인, 근처 주민, 학교 친구나 회사 동료, 목격자, 경찰의 탐문을 받은 사람들, 사건 현장에 출입하던 수금원, 신문배달부, 음식배달부 등 헤아려보면 한 사건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련되어 있는지 새삼 놀랄 정도다.’ 몹시 사나운 비가 몰아치던 1996년 6월 2일 반다루 센주기타 뉴시티에서 ‘아라카와 일가족 4인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겉보기엔 명확해
나도 이제 마냥 어린 애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 건 결혼식 축의금을 내가 벌어 냈을 때였고 좀 더 나이가 들면 장례식이 마냥 낯선 곳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였다. 장례식을 떠올리는 죽음이란 우리가 체득하기엔 너무 추상적이어서 실제 죽음과 마주할 때 무엇을 느끼고 어떤 변화를 가져 오게 되는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필립 로스의 소설 은 우리의 무의식에서 죽음이란 단어를 끌어올려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부터 죽음의 그림자에 시달렸던 주인공 ‘그’를 통해서... 소설은 주인공의 장례식에서 시작한다. 죽음의 기억을
살면서 가끔은 달달한 감상에 빠지고 싶기도 하고, 잠시 거부할 수 없는 매혹적인 아름다움에서 헤어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말이다. 이 두 가지를 충족시켜주는 영화가 있다. 바로 화양연화(花樣年華, In The Mood For Love)다. 2000년 왕가위(王家衛)가 감독하고 양조위(梁朝偉)와 장만옥(張曼玉)이 출연한 이 영화는 2000년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었고, 2000년 제53회 칸영화제에서는 남우주연상과 최우수예술성취상을 수상하였다. 2000년 홍콩영화평론학회상도 받았다. 한국에서도 2
마음이 가난하면 결국 세상 끝까지 헤매게 되어 있어세월이 차곡차곡 쌓이면 안정된 구도의 탑이 만들어지듯 사람도 그렇게 세월로도 완성되는 줄 알았습니다. 세월이 쌓이면 이 땅의 흙도 잘 익어서 식물을 기르고 꽃을 피워내는 줄 알았습니다. 세월이 쌓이면 아픔도 잘 삭아지는 줄로만 알았습니다.그렇지 않더군요. 나이가 주는 아픔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사람들은 살아온 세월만큼 아름다워져야 하는데 나이가 많은 사람일수록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 흔들림은 청춘이 주는 역동적인 흔들림이 아니라 아주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는데 거의 앓는 수준이었
나는 뉴스타파 정기 후원회원이다. 회원에게는 시사회 티켓을 준다. 다음스토리펀딩에도 참여해서 남편과 9월 말에 을 보았다.은 불법감금과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으로 간첩이 되었던 또는 될 뻔 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뉴스타파 최승호 PD가 감독했다. 최승호 PD는 MBC에서 26년간 탐사전문 PD로 활동하다가 2012년 해고되었다. 이 후 뉴스타파 간판 앵커가 되었다. 최승호 감독은 ‘유우성’ 간첩 조작사건을 40개월 동안 추적하여 방영했다. 2015년 10월 유우성씨는 대법원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
終詩시를 좋아해서 한창 시집을 즐겨 읽던 때가 있었다. 나이 오십에 들어서면서 시집을 보는 횟수가 줄어들었고 한동안은 시를 읽지 않고 지냈다. 시에 대한 관심이 멀어진 건 아니고 나이가 드니 글을 보면 글자가 흐릿하여 시 뿐만이 아니라 글로 된 것들을 자연 멀리하게 되어서다. 시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를 읽지 않고 그저 쉼표 같은 날을 보내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즈음 날이 선선해지고 계절 탓인지 문득문득 다시 시집을 꺼내 읽고 싶어 진다. 예전에 서점에 가면 시집 코너에서 주로 살았다. 이름을 나열하면 익
[편집자 주] 이 글은 고광헌 전 한겨레신문 대표이사가 곧 개봉할 스포츠 인권영화 을 보고 지난 21일 춘천언론시민협동조합이 내는 신문 에 실은 칼럼이다. 본인의 허락을 얻어 이 글을 싣는다. 대학시절 농구선수 경험도 있는 그는 서울 선일여고 체육교사 재직 때인 1985년 무크지 ‘민중교육’에 88서울올림픽을 평양과 공동 개최하는 것이 올림픽 정신을 구현하는 길이라는 내용의 글을 썼다. 이것이 국가보안법 위반이 되어 안기부에 끌려가 장기구금을 당하고 교단에서도 쫓겨났다. 이후 민주교육실천협의회, 민주쟁취국민운동본
2006년도 제작이 되었지만 한국에서는 2013년에 개봉한 영화 은 독일 영화다.때는 1984년, '국가안전보위성'에 속한 합법적 비밀경찰(슈타지)과 불법적인 밀고자가 판을 치던 동독에서, 도청 당하던 극작가와 도청하던 슈타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영화는 독일 감독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의 첫 작품으로 2001년부터 4년 동안 비밀경찰과 그 피해자들을 인터뷰하여 극본 작업을 했다. 약 1년간의 촬영, 그리고 또 1년간의 편집 작업
“선비의 모범으로 생을 사셨던 그를 폄하하는 세간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남도의 보길도를 왜 택하고 거기에서 살았는지를 분명히 밝히기 위해 이 책을 냈습니다.” 향토사학자이자 완도 토박이 낚시꾼 정영래씨가 윤선도의 의 내용을 쉽게 풀어 쓴 책 (2015년 12월, 샘물, 15,000원)를 냈다. 는 윤선도가 65세 때(1651년) 가을 벼슬을 버리고 남도 보길도(甫吉島)에서 지내면서 지은 노래다. 윤선도(1587-1671)는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시인이다. 그는
“성범죄사건처럼 유·무죄의 경계가 모호한 분야도 많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성범죄는 둘 사이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며, 피해자의 주관적 의사에 따라 죄의 성부가 결정되기 때문입니다.”거미줄처럼 얽힌 성범죄 관련 규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 나왔다. 지난해 한겨레 주주가 된 강민구 변호사는 최근 복잡한 성 관련 범죄에 관한 종합 안내서인 (박영사)를 펴냈다. 그는 검사와 형사전문 변호사로서 24년가량 근무하면서 수많은 성범죄사건을 다뤄온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변화가 많은 성범죄 관련 규정
18세기부터 사회개혁이 시작된 나라 덴마크 어떻게 개혁을 완성했을까? A Royal Affair는 2012년 Nikolaj Arcel(니콜라이 아르셀)이 감독한 역사 드라마다. Mads Mikkelsen(매즈 미켈슨, 요한 역), Alicia Vikander(앨리시아 비칸데르, 캐롤라인 왕비 역), 그리고 Mikkel Følsgaard(미켈 폴스라르, 크리스티안 7세 역)이 출연했다. 국내는 2012년 12월 27일 개봉했다.2012년 제62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제70회 골든글로브 최우수외국어영화
(2015)는 도올 김용옥 선생이 최근 1년 동안 중국 연변대에서 객좌교수로 있으면서 중국에서의 체험을 일기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총 1.2.3.4권이 나왔다. 지난 8일 한겨레주주통신원 수도권모임에서 고봉균 주주통신원이 이날 참석한 주주통신원 30명에게 각 1질씩 선물로 증정했다. [편집자 주] 2015년 12월 24일. 목요일. 싸늘히 흐림.2권을 읽은 다음 “나의 일기2”를 쓴 날부터 이틀에 걸쳐 3권을 다 읽었다. 그러나 진도가 너무 빠르면 “나의 일기”를 읽는 이들이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2015)는 도올 김용옥 선생이 최근 1년 동안 중국 연변대에서 객좌교수로 있으면서 중국에서의 체험을 일기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총 1.2.3.4권이 나왔다. 지난 8일 한겨레주주통신원 수도권모임에서 고봉균 주주통신원이 이날 참석한 주주통신원 30명에게 각 1질씩 선물로 증정했다. [편집자 주]2015년 12월 12일. 토요일. (빛나는 햇살과 먹구름 몇 장)제법 추적거리던 겨울비 뒤끝이어서 날씨가 우리의 정치사처럼 어수선하다. 동쪽 하늘은 그럭저럭 푸르고, 서쪽 하늘엔 먹장구름 사이로 해가 비수처럼 비어져
내부자는 여하튼 조직에 속한 사람이다. 조직은 관계망이되 단순한 관계망보다 체계적이다. 목표가 분명하니 그렇다. 내부자의 정체성은 그 목표를 지향할 때 선명하다. 때로 선명한 정체성은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영화 은 웹툰이 모태다. 인터넷 한겨레 오피니언 매거진 ‘훅’에 연재되었다. 2010년 연재를 시작해 2012년 8월에 올라온 73회를 마지막으로 3개월 만에 연재를 중단했다. 대선에 참여한 용들이 꿈틀대는 데서다.http://www.hani.co.kr/arti/cartoon/insider/
(2015)는 도올 김용옥 선생이 최근 1년 동안 중국 대학(연변대)에서 객좌교수로 있으면서 중국에서의 체험을 일기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총 1.2.3.4권이 나왔다. 지난 8일 한겨레주주통신원 수도권모임에서 고봉균 주주통신원이 이날 참석한 주주통신원에게 선물로 30질을 선물로 증정했다. [편집자 주] 2015년 12월 9일. (아침에 짙은 안개, 낮엔 푸근히 맑다)8일 낮에 상경했다가 9일 새벽 경주에 도착했다. 한겨레:온 편집회의를 마친 후 수도권주주통신원 송년회에 동석했다. 무척 흥겨운 시간이었다.
은 한국판 엑소시즘이다. 1973년작 영화 와 닮은꼴이다. 악령이 깃든 소녀, 즉 부마자(付魔者)에게서 악령이 튀어나오도록 하여 죽이는 구마(驅魔, 라틴어:exorcismus)가 주된 줄거리다. 부마자 영신(박소담)의 발작 연기는 분장술이 상승효과를 내어 생생하다. 구마사는 검은 ‘수단’을 입은 카톨릭 신부다. 의 구마사는 김신부(김윤식)와 신학생 보조사제 최부제(강동원)다. 붉은 영대를 걸치고 구마의식을 집전하는 김신부는 의식을 잃은 정기범 신부(교황
영조는 두렵다. 자신의 왕위는 (노론) 신하들의 마음에 매였다. 세자의 광기는 그들에게 내침의 빌미거리다. 자신이 먼저 문제적 세자를 다스려야 한다. 자식이지만 세자이니 봐줄 수도 없다. “집안 일”을 강조해 반역죄를 피한 후 세손으로 잇게 하자. 세자를 폐위시켜 서인으로 만들어 뒤주에 가두리라.세자는 뒤주에 갇힌다. 조선 역사상 최연소 왕세자가 되었건만, 부왕의 기에 눌려 멍울선 세월이 길다. 10세부터 드러난 삐딱선은 14살 대리청정 이후 가파르다. 몇 양위 파동과 대비의 죽음을 거치며 정신병이 악화한다. 의대증(옷-궁중 예복-
미라클 벨리에 다향이랑 를 관람했습니다. 듣지 못하는 부모님, 남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폴라 벨리에의 가족 이야기입니다. 집 안에서 유일하게 듣고, 말하는 벨리에가 차지하는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가족이 모두 농장일을 하지만 가장 많은 몫을 담당하는 건 아버지입니다. 벨리에와 동생은 학교에 다니고, 어머니는 치즈를 만들며 장날이 되면 온 가족이 치즈를 팔러 나갑니다. 현명하고 당당한 아버지와 밝고 유쾌한 어머니가 매우 인상적인 가족입니다.손님이 어머니에게 치즈에 대해서 묻습니다. 몇 개 싸 달라고 하지
프랑스 소설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복종』(미셸 우엘벡, 문학동네, 2015)은 제목마저 도발적이니 왜 망설이겠는가. 그렇게 마주한 “나”는 “파리-소르본 대학” 정교수다. 특정 작가 연구로 입지를 다진 40대 중반이다. 그의 일상은 바삭한 크래커처럼 건조하며 위태롭다. 학부 여학생들과 “일시적인 성관계”를 맺거나 “포르노 사이트”를 애용하는 평균치 속물이다. 하지만 내심 육체적 노화에 위축되어 있다. 물론 남 보기에는 버젓한 삶이다.“나”가 훑은 “프랑스 사회 전반에 깔린 정서”는, “일어나게 될 일은 일어날 것이다”로 체념한
영화는 원작 『소수의견』(손아람, 들녘 ,2010)의 제목을 그대로 땄다. 제작은 2013년, 개봉은 2015년 6월 24일에 했다. ‘용산 참사’를 소재로 한 ‘법정 영화’라서 소문처럼 ‘따’를 당한다? 동네 CGV의 상연시간표는 조조할인(10:20)뿐이었다. 달랑 4명의 관객에 합류했다.가슴이 약~~간 두근두근했다. 자본과 정치의 야합을 들춘댔자 안 봐도 비디오지만, 혹여 낯선 숨통을 발견할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예상 밖 자막이 먼저 떠올랐다. 영화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등장인물도 실존인물이 아니라는. ‘용산 참사’를 모티
나날이 복장이 탔다. 핫뉴스마다 물기를 앗아갔다. 지하실 책장을 훑었다. 널뛰는 마음이 『이매창 평전』(김준형, 한겨레출판, 2013.)을 선택했다. 기생 매창을 그렇게 만났다. 메르스, 메르시~ 해어화(解語花, 말을 알아듣는 꽃)본명 이향금(李香今). 조선 중기에 중인 아버지(아전 이탕종)와 관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1573년). 관비(官婢)의 삶은 숙명이었다. 그녀는 관기(官妓)가 되었다. 관아 허드렛일을 하는 수급비(水汲婢)가 아니어서 다행이었을까. 관기는 기역(妓役)을 하는 공물(公物)이었다.공물은 나라 것이라는 의미다
‘나’의 이름은 김유경이다. ‘나’는 매순간 변화한다. 그 변화와 상관없이 이름은 여전하다. 누군가 떠올리는 김유경은 ‘지금의 나’가 아니다. 김유경은 시·공간을 달리한 ‘나’들의 저장소다. 그곳에 ‘나’는 있으나 없다. 이름과 실상(實相)은 평소에도 그렇게 어긋난다.조발성 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력이 빠르게 방전된다. 저명한 언어학자이자 교수였지만, 이제 집안에서 화장실도 못 찾는다. 남편과 자식들도 인지하지 못한다. 그래도 여전히 앨리스로 불린다. 지남력(指南力)장애가 심한 앨리스는 앨리스를 떠올릴 수 없다.조발성(초로기) 알츠하
일영(김고은)이 의식을 치른다. 죽은 엄마(김혜수)가 하던 대로다. 향을 피우고 잔을 채워 고시레를 한 후 삼배하고 잔을 들이켠다. 엄마처럼 엄마를 죽이고 그 자리를 이었음을 알리는 마지막 장면이다. 앞세대를 선(善:너나없이 유리함)하게 뛰어넘은 살부(殺父) 정신은 없다. 쓸모 있는 엄마상(相&像)을 기리며 자신을 다잡는 데 기일(忌日)은 맞춤할 뿐이다.‘쓸모’ 여부는 영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키워드다. ‘쓸모 있음’에는 막되게 돈벌이를 할 악바리 근성이 필요조건이다. 어린아이였지만 내달리던 차에서 낯선 길에 던져진 후 엄마에게 돌아
화장(化粧)하는 남자가 있다. 욕망을 조율하는 매순간 윤리색(色)을 덧바른다. 암이 재발한 아내를 정성스럽게 간병하지만 사랑타령과 무관하다. 보살피는 허드레꾼 몸짓에 주저함이나 성긴 데가 없다. 의료기기를 착용해 오줌을 뽑아내면서도 중역이나 남편으로서 고됨을 내색하지 않는다. 아내를 화장(火葬)하면서 화장(化粧)하는 그는 고독하다.화장은 가면이 아니다. 흠은 가리되 표정지음이 자유롭다. 제 본색을 알기에 조심하는 차원이다. 상사가 아닌 남자의 욕망으로 부하 여직원을 엿보지만 추행에서 비켜난다. 그를 향해 달려오는 그녀와 함께하고픔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