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날의 향연, 사랑으로 충만한 유년시절1937년 영동에서 출생하고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그 시절에 소읍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는 건 집안의 여건이 풍족했다는 반증이다. 학교 졸업후에 고향으로 내려왔다가 옥천에서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던 남편과 결혼을 했다. 시골 태생인 내가 서울 유학을 한 것은 순전히 외할아버지의 교육열과 외손녀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었다.2024년 우리나이로 88살이 되었다. 90년 가까이 살고있는 오늘이 나도 믿기지 않은 세월이다. 열세 살까지 동생이 없던 나는 중학교에 가서 여동생이 태어
■ 비상을 꿈꾸던 小邑(소읍)의 청년우리 고향은 복숭아 과수원이 유난히 탐스러웠던 곳이다. 유년시절에는 강청면에 살았는데 북숭아 농사를 많이 지었고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봄에는 복숭아 꽃잎이 흐드러져 탄성을 자아냈는데 대문밖만 나가면 지천에 피어있는 복숭아 꽃 귀한 줄은 몰랐다. 곁에 있는 존재의 가치를 귀히 다루는 법을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다.그것이 마치 자연의 섭리인 양 고향마을도 그러했고 우리 식구에게도 늘 곁에만 있을 줄 알고 데면데면 했던 나를 반성하기도 한다.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면에서 잠시 일을 하다 경기도 포
여든여덟 해를 사는 동안 매순간 쓰러지고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신 어르신. 이제는 넘어질 일도 일어설 일도 없으시다. 요양병원에 계신지 365일, 거동조차 어려운 여건이라 차라리 뼛속의 진액까지 빼내가면서 살던 시절이 그립다시던 이슬맺힌 눈동자를 기억한다. 어르신의 인생에도 우리 모두의 삶에도 힘이 되는 시 한 편 읊조려본다.바닷가에 매어둔작은 고깃배날마다 출렁거린다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화사한날을 기다리고 있다머얼리 노를 저어나가서헤밍웨이의 바다와노인이 되어서중얼거리려고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된다고
옥천신문 편집자 주- 우리나라의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일본의 개호보험제도를 가장 많이 참고해 만들어졌다. 양국은 개인, 국가 및 지자체가 비용을 분담하는 ‘사회보험방식’과 ‘공적 부조’의 형식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하지만 보험자 및 관리운영기관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일임한 한국과 달리, 일본은 지방자치단체가 그 역할을 맡는다. 신청자의 가구에 방문해 인정 조사를 실시하고, 등급판정위원회가 등급을 판정하는 등의 역할을 공단이 아닌 지자체가 수행하는 것이다. 서비스제공기관에 지불하는 비용 또한 시정구촌(지방자치단체)이 대부분 지급하고 있다
■ 유년의 추억, 폐교된 능월국민학교근, 현대사를 관통한 세대인 나는 여덟 살 때 해방을 맞고 아홉 살에 능월국민학교에 입학했다. 아이울음소리 들어본 지가 가물가물한 시대를 만나 유년시절의 추억이 깃든 능월초등학교도 폐교가 되는 아쉬움을 안게 되었다. 능월국민학교가 신기리에 있을 때 학교에 다녔고 다시 근방으로 이전했다가 내내 자리를 지켰는데 폐교가 되어 오래전 학교 부지는 도로공사로 넘어갔다.우리 동네는 90년도까지만 해도 주민이 100여명 넘었는데 그 이후는 젊은이들이 사라지면서 지금은 70세가 동네에서 가장 젊은 사람이다. 말
옥천신문 편집자주_ 국가와 지자체의 의료비, 보험비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지역사회 통합돌봄 구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시작된 지역사회 통합돌봄 구축 시범사업이 현 정권에서도 유지되고 있는 이유다. 현재 우리나라가 구축하고 있는 통합돌봄 모델은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을 구축한 일본에서 따왔다. 고령이 되어도 살던 곳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의료·예방·케어·주거·생활지원 등의 서비스를 지역사회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일원화하는 것이 골자다. 그 중 도쿄와 인접한 지바 현 가시와
깊은 뿌리를 내린 느티나무는 비바람에도 요동치치 않고 한결같이 곁을 내준다. 그리고 내내 기억된다. 박한약방, 65년이 넘은 그 터에 깊게 뿌리내린 약방과 원장님은 닮아 있었다. 65년 세월은 한약방 외벽에도 고스란히 담겼지만 세월의 흔적은 오히려 품위 있었다. 결이 거친 현관문을 열자 뜻밖의 낯선 장면에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졌다. 원장님과 사모님 두 분이 마늘을 까고 계신 모습이 마치 정겨운 수채화가 그려진 화첩을 넘기듯이 푸근했다. 원장님 부부는 청주 한약방과 사모님이 옥천의 여학교에 교사로 근무하셨던 추억을 못잊어 이원의 작은
1953년 117개 사업소로 출발한 민의련은 2023년 1월 기준 병원, 의원, 치과, 방문간호스테이션, 약국, 헬퍼스테이션 등 전국에 총 1천749개 사업소를 두고 있을 만큼 규모가 크다. 적십자 등 유사 단체와 비교해도 직원, 병원, 의원, 방문간호스테이션 숫자가 월등히 많다. 노동자 및 농민 운동과 같은 주민운동에서 출발한 민의련이라도 규모가 커지고 조직체계가 견고해지면 주민들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소외될 법도 하지만 민의련의 중요한 동반자는 여전히 주민들이다. 특히 타치카와 상호병원이 위치한 타치카와시와 오오미나미클리닉이 위
‘’나도 실향민이오, 우리 이서방들이 거의 다 떠나왔지“이대식면장님의 첫 마디였다. 고향을 북에 두고 온 분들만 실향민이 아니라 당신도 실향민이라고 누누이 강조하신다. 유년의 추억이 묻힌 고향마을이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눈에 선하다는 말을 떠올리시며 촉촉해진 눈에 고향 마을, 그리고 그 어머니, 아버지, 친구들까지 들어앉았다. 엊그제 모래사장에서 뛰어놀던 작은 남자아이가 여든 살 이라는 나이로 쏜살같이 달리고 있다. 어느새 흰머리가 가득하지만 살아온 지난날들이 부끄럽지 않으니 그것으로 족하다고 옅은 웃음으로 화답하셨다. 허나, 열
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이하 민의련)의 노력은 무료·저가 진료사업으로 경제적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타치카와 상호병원과 같은 건생회 의료법인 소속 오오미나미 클리닉은 방문의료, 주민 조직과의 협력을 통해 주민들과의 물리적, 심리적 거리를 좁히려 노력하고 있다. 나아가 민의련 사업소 간 혹은 다른 기관 간 협력을 통해 기관 간 칸막이도 낮춰 환자에게 필요한 각종 보건·복지·의료 서비스가 빠짐없이 제공되도록 챙겨보고 있다. 오오미나미 클리닉은 도쿄도 내 유일하게 전철이 들어오지 않는 무사시무라야마시에 위치해 있다. 이곳
옥천신문 편집자주_ 헌법과 보건의료기본법에 의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성별, 나이, 종교, 사회적 신분 또는 경제적 사정에 상관없이 건강권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환자 수와 수익이 직결되고 병·의원이 스스로 운영비를 벌어야 하는 구조 속 누군가는 헌법이 보장한 건강할 권리를 박탈 당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병원을 방문하고 외래 환자 발길이 끊기자 감염병 대응에 소극적이었던 의료기관들의 행태가 이를 방증한다. 이 같은 결과는 운영비 지원이 없는 민간의료기관에서 뚜렷했고, 코로나19 환자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수용했던 공공의료기
편집자주_ 앞서 기획 보도한 진천군, 청양군과 같이 부천시도 2019년 보건복지부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 지자체에 선정돼 행정 조직을 개편하고, 지역 의료·복지 자원을 행정력을 동원해 한 데 집중했다. 올해부터는 현 정부의 ‘노인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사업’에 선정돼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구축하는 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옥천신문이 부천시를 주목한 이유는 부천시 통합돌봄 체계가 전국 선도 모델로 손꼽히고 있다는 사실에서만이 아니다. 지역 내 공공 보건 기관인 보건소가 시 행정에서 추진하는 통합돌봄 사업
노익장이라는 말이 무색해진 인생의 겨울을 만났다. 엊그제 중학교 동창의 장례식장에 다녀오면서 쓸쓸한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65년 내내 친하게 지내던 동무들 8명이 모두 세상을 등졌다. 지금은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사는 내내 인생에 의문을 던지고 답하면서 살아왔지만 명쾌한 정답을 내려본 적이 없다. 그저 순리에 맡길 뿐.■ 마을이 수장되고, ‘김서방’들은 다 떠났다충주댐 수몰지구에 잠겨버린 유년의 기억은 코흘리개 다섯 살 꼬마 ‘김기태’가 전부다. 수몰되기 한참 전에 우리는 마음을 떠나왔다. 수몰후에는 ‘김서방’들
지역사회 통합돌봄 구축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부천시 통합돌봄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전문가들은 통합돌봄 체계에 행정 역량을 총동원한 부천시가 흔들림 없이 선도 모델로 나아가기 위한 지자체의 역할을 제언하는 한편, 중앙정부에는 각 지자체가 지역사회 내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돌봄체계가 구축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제정하고 충분한 예산을 지원할 것을 주문했다.지난 17일 부천시청 소통마당에서는 ‘부천형 지역사회 통합돌봄 성과공유 및 시민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부천시의 지역사회
옥천신문 편집자주_충북 도민들의 건강 상태와 시군 간 필수의료 격차를 보여주는 지표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2021년 6월 충청북도로부터 수탁받아 충북대학교병원에 설치된 충청북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출범하면서다. 충북은 지역의 체계적인 공공의료 계획 수립을 지원하는 권역 단위의 공공보건의료지원단을 설치한 17개 광역시도 중 13번째로 다소 늦게 출범했다. 하지만 충북 도민에게 필수의료를 보장하고 시군 간 의료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목표 아래 해마다 포럼, 정책세미나, 도민원탁회의 등을 열어 공공의료에 관한 인식과 개념을 충북도에 주입시
“세월따라 가는 거야” 89세 어머니의 인생 한 줄 평이다. 어머니의 사유에 반기를 들 수 없다. 살랑이는 가을바람,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여든여덟 해 동안 마중하고 배웅하셨다. 계절이 드나드는 자연의 섭리를 통찰하셨고 주름도 훈장이 되었다. 무심코 건네주시는 말씀 한마디가 철학자의 사유보다 더 울림있다.■ 어느새 성큼, 여기까지내 고향 보은 삼승은 아직도 시골마을을 벗어나지 못했고 내가 터를 이룬 안내는 내 인생의 8할을 기억하고 있다. 친정에서 흰 쌀밥 먹던 큰 애기가 열두 식구를 품는 새댁이 되어 남몰래 눈물도 많이 흘렸다.담
돌봄 수요와 공급은 어긋나있다. 1읍8면 옥천 상황을 놓고 보면 면 단위 고령화가 압도적으로 높은데 반해 고령자 돌봄을 책임질 시설은 읍 시가지에 몰려 있다. 옥천군보건소 홈페이지 자료를 보면 군내 30개 병·의원 중 28개가 65세 이상 고령화 비율이 약 23%를 기록한 읍 지역에 쏠려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이원면 1개소, 청산면 1개소가 있고 이외 6개면에는 전무하다. 의원급 의료시설이 없는 면 지역의 고령화 비율은 △안내면(51%) △청성면(54%) △안남면(48%) △군서면(46%) △군북면(41%) △동이면(43%) 등
먹거리와 돌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일례로 고령자 돌봄을 고민하는 우리 지역 마을들의 최대 관심사인 ‘공동체밥상’만 보더라도 단순히 한 끼 식사를 편안하게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혼자였으면 약 먹는 것도 잊고 말 한 마디 안 하고 보냈을 하루지만 공동체 밥상머리에서는 서로의 식사 뿐만 아니라 서로의 안녕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양군은 먹거리 돌봄 사업을 추진함과 동시에 로컬푸드를 연계해 먹거리 보장의 질적 수준을 높였다. 각 경로당에 공급하는 부식 지원 사업뿐만 아니라 통합돌봄 사례 관리자들을 직접 찾아가 반찬
모시모시 도오조데스 (도청입니다). 열여덟 살에 나는 도청 교환수였어.격동의 세월 90년은 파란만장했지. 이원 초등학교 졸업하고 처음에는 열네 살에 대전 우체국교환수로 일했는데 그때는 고향 소꿉놀이 친구들과 떨어져 있는 것만 너무 속상했어. 그런데 나중에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교환수로 근무한 것이 나를 살린 것을 알았어. 주말에 이원 집에 올 때마다 아랫마을 정순이가 안보이고 다음번에 가면 뒷집 언년이가 일본 유곽으로 끌려갔다는 거야. 그 기막힌 사연은 내 어릴 적 동무들이 바로 정신대에 끌려간 거였어. 나는 교환수로 근무 중이라
옥천신문 편집자주_통합돌봄은 단어 그대로 하나의 기관, 한 명의 담당자만으로는 제공할 수 없는 돌봄 서비스다. 지난호에서 소개한 진천군에 이어 청양군 역시 지역자원 연결에 역량을 집중했다. 충남도립대, 지역활성화재단, 노인회, 시니어클럽, 홍성의료원, 공주의료원 등 10여개 넘는 단체와 협력해 통합돌봄체계를 구축했다. 각자 파편화된 의사결정을 내렸던 행정 각 부서, 사회복지기관, 주민자치영역이 통합돌봄체계 속에서는 지역케어회의라는 민관협의체를 통해 함께 돌봄계획을 세우고 중복되는 사업은 정리하고 빠진 사업은 추가하고 협업해야 할 사
지역사회 통합돌봄사업을 추진 중인 지자체 가운데 청양군 통합돌봄체계만이 가진 특징 중 또 하나는 바로 ‘지역대학’과의 결합이다. 작업치료학과 교수, 졸업생 등 인적 자원이 병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넘어 지역사회라는 더 큰 공간으로 나오면서 그 역할은 ‘치료’에 국한되지 않고 ‘돌봄과 재활’로 확대됐다. 현재 청양군은 주거환경 개선 사업, 방문 운동 지원, 고령자복지주택 내 작업치료실 운영 등 다양한 통합돌봄사업에서 도립대 작업치료학과와 협업 중이다. 특히 주거환경 개선사업은 교수의 자문에 따라 안전손잡이 설치, 미끄럼방지물 설치,
유년 시절 형님들과 뛰어놀던 고향마을은 그대로지만 우리 형제들의 인생은 너무나 달랐다. 모두 전쟁이 낳은 아픔이었다. 전쟁으로 형제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생이별의 아픔을 겪었다. 이제 형님들은 돌아가시고 나만 고향을 지키고 있다. 가까이 있는 대천리 고향마을을 편히 드나들기도 어려운 몸의 형편이다. 하지만 나 혼자만이라도 고향을 지킬 수 있어 먼저 가신 형님들께 마음의 빚을 조금 덜어낼 수 있었다. 유년 시절 형님들과 뛰어놀던 고향마을은 그대로지만 우리 형제들의 인생은 너무나 달랐다.■ 생이별한 형제들옥천읍 대천리가 고향이다. 30살
하얀 모래사장에서 손가락 사이로 사르르 빠져나가던 모래알, 물에 잠겨 사라져간, 가슴으로 기억하는 고향, 하얀 가운을 입은 월남전의 간호보조원. 80세의 어머니가 지나온 날들에 이정표처럼 길을 안내하던 기억 조각들이다. 이제 어머니는 기억의 파편들을 모을 수 없다. 별이라도 달아드려야 하는 훈장 같은 날들이 계속 되던 우리의 작은 영웅이었던 어머니. 치매가 일상을 잠식해 가는 어머니. 기억은 사라지고 있지만 파병 의료지원단 시절의 애환이 박제되어 기억을 뛰어넘었다. 하얀 모래사장에 추억이 묻힌 추소리의 절경이 이제 눈에서 멀어지고
편집자주_ 진천은 남부3군과 마찬가지로 공공의료원이 없는 대신, 민간 의료 자원을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와 통합돌봄 기반을 구축했다. 남부3군과 지역 규모나 의료 인프라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지역도 아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진천의 노인 인구는 전체의 17%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옥천은 32%로 큰 차이를 보이는 듯 하지만, 2개의 읍을 제외한 면(초평·문백·백곡·이월)에서는 고령인구비율이 30~45%에 달한다. 아울러 진천은 옥천(남부3군)과 같은 중진료권(청주권)으로 묶여있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진천군의 인구 10만명당 전
남부3군(옥천·보은·영동)은 청주권 중진료권에 속해있다. 하지만 지역책임의료기관인 청주의료원과의 물리적 거리 문제는 물론, 코로나19 이후 의료원의 인력난, 경영 악화로 남부3군의 공공의료를 도맡기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남부3군의 별도 진료권 재지정과 공공의료기관 설립 추진 목소리가 나온다. 옥천은 아프면 대전으로 가고, 보은은 청주로 간다. 영동은 김천, 구미까지도 간다. 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용률도 옥천은 고작 ‘0.7%’, 보은·영동은 ‘0%’다. 남부3군은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에
“엄마!”마당을 가로질러 걸어오는 단발머리 여학생이 환하게 웃는다. 많이 본 얼굴 우리 큰 딸 형숙이와 너무 닮았다. 코앞에 닿으니 우리 동네로 이사 온 우리 큰 딸 형숙이가 맞다. 단발머리 여학생이던 형숙이와 쉰을 넘긴 형숙이. 세월을 타고 나이 들어가지만 내 눈에는 여전히 단발머리 예쁜 딸 그 모습 그대로다. 반찬을 만들어 달랑달랑 들고 나를 찾는 우리 큰 딸은 삼성에 다니던 사위가 은퇴하고 우리 동네로 이사를 왔다. 예쁜 집에서 텃밭 대신 꽃 가꾸며 따뜻하게 사는 우리 형숙이. 아, 큰딸을 지척에 두고 친구처럼 노년을 보내는
충북은 의료 불모지다. 충북의 의사 수는 인구 1천명 당 2.4명으로 17개 시도 중 14위로 최하위권에 속해있다. 공공의료기관의 핵심인 지방의료원도 청주, 충주의료원 두 곳뿐으로, 인접한 강원(5개소), 충남(4개소), 전북(3개소)에 비해 적다. 제때 치료를 받았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죽음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라는 오명이 납득되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도내에서조차 의료 불평등이 극심하다는 데 있다. 단단히 자리 잡은 민간 중심의 의료 환경 체계에 충북의 의료 역량은 인구와 소득이 많은 청주와 충주에 쏠려있다. 수익을
"그 놈이 고사태 둥구나무 옆으로 쓰윽 지나더니 어쩔때는 행길에도 와. 한번은 돼지새끼랑 달리기도 했어. 옥시기를 심었는데 갸들이 다 먹어치우지 뭐야. 그래서 옥시기 못먹게 하려고 전깃불을 죄다 켰지. 덕분에 녀석이 잘 보이더라고. 옆으로 가서 삐죽 보니 꿀꾸름한게 등어리가 날 다람쥐같아. 같이 뛰었어. 돼지 못 들어오게 철망을 쳐뒀는데 철망 쳐 놓은데로 들어가려고 버팅기고 있더라. 뒤에서 잡으면 되는데 남자들 같으면 잡것는데 행길에 아무도 없어서 잡아 댕기면 될걸 미서워서 못 잡았어. 그놈의 새끼 잡았다가 애미가 나를 잡아 먹으려
1929년생, 출생년도만으로도 그 울림이 묵직한 95세 어머니. 어머니의 작은 어깨, 와락 안아주고 싶어 잠시 주춤했다. 신문사에서 온다고 입술을 바르고 계신 어머니. 뒤돌아보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자마자 열다섯 살, 큰 애기의 얼굴이 떠올라 콧등이 시큰했다. 세월이 야속하실까? 그리우실까? 너무 고운 어머니 모습에 고마움이 밀려오는 건 어떤 심정이었는지 나에게 다시 묻는다. 아마도 곱게 나이 드신 어머니에게 보내는 존경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우리 며느리 이거여”라며 엄지를 추켜세우신 고부의 정도 어머니의 고운 모습을 만든 힘이 되
예쁘장한 헬레나 어르신은 백운리 토박이시다. 부침개를 부쳐 들고 나가도 식지 않을 거리에 여동생들이 살고 있다. 한 부모 밑에서 핏줄로 인연을 맺고 이웃으로, 성당의 자매로, 나이 들어가는 어르신에게 더없는 위안이다. ■ 여동생들과 한동네 사는 운 좋은 할매 줄줄이 여섯 딸 중 셋째로 태어났다. 부모님은 사이가 좋으셔서 결국엔 쫑마리 아들까지 보셨다. 옛날 백운리는 200호 넘을 정도로 아주 컸었는데, 친정에 논밭이 많아서 쌀농사 덕분에 밥술이나 떴기에 부자 소리 들었다. 친정에서는 딸 여섯을 모두 공부시켜 주었다. 나는 그중 가장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봄에 새파란 잔디 엮어 지은 맹세야세월에 꿈을 실어 마음을 실어꽃다운 인생살이 고개를 넘자낙화유수 네 글자에 마음이 살짝 흔들린다 어여쁘던 꽃이 물위로 진다.결 따라 흘러간 꽃잎은 어디로 갔나 이정희 어머님이 소녀시절부터 잘 부르시던 남인수 선생님의 ‘이 강산 낙화유수’ 노랫말이다. 어머니께서 세월의 질곡과 무게를 알기 전부터 유난히 좋아했던 노래였다. 당신의 삶을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열 살 무렵 무심코 흥얼대던 노랫말처럼 인생이 흘렀다. 질곡의 삶을 견뎌내고 이제 석양의 노을처럼 아름다운 황혼을 만
옥천을 누가 시골동네라고 할까. 멋진 노신사를 찾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김 선생님에게는 노신사라는 낱말도 나이라는 숫자로 매겨지는 한정된 단어다. 패션 감각으로도 한 몫 하시는 김종철 선생님은 70년의 세월 속에서 때론 주연으로, 혹은 조연으로 자리매김하셨다.70년의 성상을 쌓으신 선생님의 인생 이야기 속에 시골 동네에서 가장 먼저 도시 중학교로 진학하셨던 추억, 산업역군이었던 청년시절 이야기, 그림과 서예, 인문학적 소양의 시간을 쌓으면서 노년을 보내는 모습이 잘 살아 오신 지난날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누구나 예외 없이 삶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