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하는 바람 박 명 수 (한국문인회 회원, 목사) 고양이 한 마리닭장 지붕에서빈 하늘 아래 배회하고젖은 땅에 내려오기를 머뭇거린다 밤이면 병아리공격하는 날짐승으로실눈 뜨고 새끼 품은 암탉휑한 눈으로 거적 같은 아침을 벗긴다 생명을 붙잡고실랑이하는 바람도까치가 아침을 먹을 때는어설픈 소리로 간섭하지 않는데잃어버린 슬픔은땅이 꺼지는 고통으로걸려있는 이름을 뒤로하고끈 떨어진 연이 되어 시간속에 방황한다매일 걷는 산책길이웃 마을 왕씨는노곤한 지팡이로 80년을 묶고뒷짐 진 두 팔은 지난 세월을 붙잡는다 아침을 먹던 까치젖은 땅 거부하던 고
지금은 7월 27일, 2023년 위험한 여름을 경고하는 매미의 떼창이 귀를 찢는 오늘역사의 봉분 위로 70년이라는 무위의 시간이 철조망 사이로 속절없이 흘러갔다남의 둥우리에 알을 낳는 뻐꾸기처럼 상관도 없는 늑대와 하이에나 너구리들이 모여협정이나 조약, 부도수표를 날리면 늙은 개구리들 개골거리다 봄 한 철은 가고 어제도 그해도 종전 원년을 선언했으니 이젤까 저젤까 이산가족들 얼싸- 안을 수 있는 날들이 도래하겠지 타들어 가던 밤들은 시커먼 재 속에서 날을 밝히고협정서에 잉크가 마르기도 전 우리 팔천만 따귀를 때리며철 지난 신문지처럼
새삼스럽게 걸레를 본다. 나에게 묻는다. ‘나는 걸레가 될 수 있을까?’ 침묵이 흐른다. 잠시 후. ‘그래, 난 걸레가 될 수 있다. 아니 걸레가 되어야겠지? 때로는 수치스럽고 짜증도 나겠지만 노력하겠다.’ 정말 그럴 수 있냐고 다시 묻는다. ‘걸레의 성스러운 역할수행을 따를 수 있을까에 의구심이 들지만, 다짐했으니 최선을 다 하겠다.’ 말로는 쉬워도 어렵지 않을까? ‘맞아, 그렇지만 결국 나와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니 해야지. 분명 미흡함이 있겠지만 감안하고. 이행 자체를 위로 삼겠다.’ 청소할 때마다 의 성스러움을 느
길이 길에게 대답하다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무거운 새참 거리 머리에 인 아낙네 써레질로 얇아진 논둑길거미줄 외줄처럼 용케도 건너던 길 세월 앞선 트랙터 잰걸음 농삿길을 바꿔놓고조금만 돌아가도 못 참는 자동차길내키는 대로 논밭 잘라 지름길로 대답한다 먹잇감 찾아 분주한 오소리 고라니혼란스런 세상사 머리가 흔들려도설정된 기준 밖 길 벗어나지 않는다 아침을 깨워마실 갔다 오는 다람쥐돌담 밑 고목 뿌리곁을 지나어제 오간 그 길을 이탈하지 않는다 수술을 기다리는 꺼져가는 불씨 마음 벌써 회복실에 자리하고절박한 생명 길 터널에
생각이 있는 곳에 맘이 가고맘이 가는 곳에 몸도 가더라.생각과 맘이 없어도 몸이 가면생각과 맘이 따라 가기도 하더라.몸은 그만큼 삶의 길잡이다. 세상사에 전후가 있기는 하겠지만전후가 바뀐다고 세상이 전도되지 않는다.바뀐 환경 장소 사람 상황에 따르게 되고그 또한 고정변수가 아니기에 잠시뿐이더라. 인생길은 반복되는 길이 없기에삶도 어제와 같이 살 수 없더라.그날그날 그때그때에 알맞게최상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더라.불시에 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지 않겠는가? 기회가 올 때 주저 말고 도전해야 하고뜬구름도 잡고 때론 비바람도 맞아야겠더라
모기에게 잘물리고모기만큼 또가려운모기란놈 참귀찮아모기채로 못잡아서모기약도 뿌려보고모기향을 태워봐도모기장이 최선이니모기장에 피신한채모기장만 믿고산다 편집 : 김인수 객원편집위원
가짜가 나타났다이전의 가짜들은 가짜도 아니다가짜의 그림자, 사이비 가짜 그래도 그들은 위선이라도 떨었는데이번에 나타난 가짜는위선도 없고 에두르지도 않는다.그냥 직진, 막가파 우격다짐 적반하장너무도 당당하게 세상을 호령한다.숭구리당당 허리춤을 올리면서지금까지의 평화 교육 외교 안보 언론 노동은깡그리 가짜라고 허언장담 한다가짜가 가짜라면 가짜라는 식이다연일 가짜타령으로 해가 뜨고 지는데가짜 양심고백인가가짜 눈엔 세상이 다 가짜로 보인다고자백을 하는건가하기야 진실되어 봤어야진짜를 알테지만일생 금수저로 거드름 피우며칼맛에 쩔은 안하무인들
여름 사냥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회원, 목사) 인적 드문 깊은 산골 폭포 밑짙어가는 녹음 한 아름 강을 만나기 전 계곡에서갈증 난 피서객을 마음껏 주무른다 벌거벗은 아이들계곡에 뛰어드는 목소리무거운 손발보다 먼저 흘러내린 땀을 붙잡는 여름강바닥을 더듬는 버들치를 게워 낸다 사라진 원두막 빈자리 비닐하우스 수박덩이는 강렬한 여름을 쪼개고시원한 카페를 찾은 가족들입에 걸친 팥빙수 시름의 보따리를 푼다 시도 때도 알 바 없는 장맛비밤나무 묘목 넘어선 개망촛대 질긴 여름보다 더 무성한 잡초는한나절 예초기를 불러 낫질을 기다린다 부는 바람을
한겨레온 백번째詩발표한날 나의생일드디어온 육십오세地空居士 비롯혜택따져보면 그냥쉬라하고파도 끝난사람받으면서 쉬기보다줄수있게 뭐든할래보란듯이 初志一貫 편집 : 김인수 객원편집위원
당신은 마루타다 권말선 당신은 생체실험 대상,일본의 마루타다일본 정부든 도쿄전력이든원전 마피아(IAEA)든괴랄한 과학자 혹은 정치꾼그 이름이 무엇이든 간에돈에 눈먼 작자들이 내뿜는방사능 오염수에 이제 곧 중독될당신은 마루타다동그란 지구 안에서바다와 숲과 하늘은한 몸방사능 오염수 투기라는 만행에그 누구도 안전할 수 없으니실은 전 지구가일본의 마루타다동아시아 이웃나라에 전쟁침략 하던 자들전쟁 틈에 마루타라며 생체실험하더니쪽발이 야만의 습성 여전히 못 버리고세슘과 삼중수소와 플루토늄이름도 낯선 수 천의 방사능 찌꺼기로모양만 바꾼 생체실험
어둠이 짙어가는 으스름한 6월 초순여느 날처럼 저녁산책 중이었다.저 멀리 희미한 달빛아래 벚나무 밑에서나뭇가지를 당기고 있는 할머니가 보였다.무슨 일인고 하여 가까이 다가가 보니버찌를 한 움큼씩 따서 입에 넣고 우물우물 먹고 계셨다.키가 좀 작아서인지 한 손으로 가지를 붙들고 한 손으로 버찌를 땄다.가만히 보고 있다가 안타까움에 다가가많은 열매가 달린 가지를 살며시 당겨 주었다.할머니께서 놀라셨는지 흠칫 곁눈질로 나를 흘겨보신다.낯섦에 싫지만 좋기도 한 듯 했다.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버찌를 계속 따 드신다.한참 후 할머니께서 고개
동살품고 도린곁의고샅길로 허정허정메숲오름 쑥대낭섶시새긴돌 바람의딸새물내는 찔레꽃향모숨한줌 먼지자밤아람불어 육덕진날물거울속 하늘의빛渾然한별 幽靜하오주석동살 : 읽을 때는 '동쌀', 새벽에 동이 틀 때 비치는 햇살도린곁 : 사람이 잘 가지 않는 외진(구석진, 한산한) 곳고샅길 : 시골 마을의 좁은 골목길(또는 골목 사이)허정허정 : 다리에 힘이 없어 자꾸 비틀거리는 모양메숲 : 산에 나무가 우거진 숲쑥대낭섶 : 제주어로 삼나무숲새물내 : 빨래를 해서 이제 막 입은 옷에서 나는 냄새모숨 : 한 줌 안에 들어올 만한 길고 가느다란 물건자밤
지구여, 분노하시라 권말선 풀과 꽃이 만발한 들판위를 달리는 사슴곁을 흐르는 강그림자 드리우며 나는 기러기날갯짓 받쳐주는 하늘기운차게 솟은 산비우고도 채운 사막감싸 안은 채 넘실대는 둥근 바다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온갖 생명, 수십 억 인류그 모두를 위해어머니여, 지구여이제 분노하시라다함없는 갸륵함으로 넘쳐흐르는 사랑으로부디 분노하시라인내하고 극복해야 할 불행이건만오히려 무기 삼아어머니지구의 목숨 통째로 위협하는일본 원전마피아들의 야만 앞에 안전한 생명은 아무도 없나니떨쳐 일어나시라분노의 회초리단단히 드시라어머니지구의 배꼽 속으로핵
사랑에 관한 누군가의 말 2 이 기 운 그대의 눈빛에 눈멀어나는 어둠에 갇혔어요‘그대에게 가는 길’은 대체로 숨겨져 있지요아무도 오가는 이 없는 갈림길에서하염없이 푸른 등불 기다리며주문처럼 당신의 이름을 되뇌어요 내 더딘 발걸음에 당신은 맘대로 날 탓해도 돼요그래도 나는 결코 당신을 원망할 수 없어요당신 때문에 내가 슬픈 것은 괜찮아요하지만 나로 인해 당신이 불행하면 안돼요 당신은 날 참 쓸쓸하게 하지만당신 없는 세상은 얼마나 더 적막할까요나는 고향을 떠난 자언젠가 당신의 손에 이끌려보랏빛 놀 뜨는 저 언덕 너머로가기 전까지나는 홀
낭떠러지 조국 김형효 촌스럽게 영어도 잘하고 대통령 혼자 일류란다낯선 길이 일상인 처지인 사람들이 있지소시민 노동자 농민 그래 학생도 지금은 빈곤계층으로 전락한 나라가 되었지OECD국가라고 G8이라고더 많은 하부가 흉물로 전락해가는 나라꿈을 잃은 청춘들이 넘쳐나는 나라어디로 갈까헝클어진 낭떠러지라니 대체 어쩌라고멀고 먼 조국에 낭떠러지 같던 절망스런 길을 걷던 사람들이 있지길을 가느라 낭떠러지도 마다 않고 가던 그들은지금 저 멀리 딴 세상에 살고그들을 추모하며 그들의 길을 따른다는 사람들은헝클어진 낭떠리지 위에서 방황하고 있지도화선
여름이 여름에게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딱새 한 마리도 생을 마감하는 어두운 날에는 울음 한 조각도 어설피 남기지 않는 법파리해진 목소리로도 짙푸른 녹음을 넓혀간다 날개 접은 뻐꾸기 천연덕스런 목소리로 아침을 묻고저녁이 되어 아침을 놓아주던 목소리 내일을 연주할 악보 하나 어두운 밤에도 준비한다계곡을 더듬거리는 가제 한 마리도 여름에는 번역기 하나쯤 달고 살기를 어제보다 더 내일 같은 오늘을 보낸다고 접시꽃이 원추리보다더 넓은 꽃밭을 꿈꾸던 날꽃보다 더 꽃 같은 삶으로 피어나기를여름은 또 다른 여름을 내어주는 길목을
올라가기 위한계단다오르면 내려가야숨탄것들 장구한法한발자욱 하나이상마구뛰다 크게다쳐건공중에 덩드럭대빠짐없이 차례차례두발딛고 내려설때또바기로 새뜻하지 주석숨탄것들 : 숨을 쉬고 살아 움직이는 동물들을 통칭하는 순우리말장구하다 : 매우 길고 오래다건공중 : 땅으로부터 그리 높지 아니한 공중덩드럭거리다 : 잘난체하며 거드럭거리다또바기 : 언제나, 한결같이,늘 그렇게새뜻한 : 새롭고 산뜻하다 편집 : 김인수 객원편집위원
***세상 사람들 모두가 경험하는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주의 질서를 존중하며 봄여름가을겨울을 지내듯, 다가오는 아침과 낮 그리고 저녁과 깊은 어둠의 밤을 지나듯, 낳고 자라서 어른이 되어 자신도 또 다른 생명의 끈을 잇고 또 잇는다. 원하지만 이루지 못한 꿈이 있듯 우리 부부는 세 번의 유산을 경험했고 세 번을 기뻐 울고 슬퍼 울었다. 이제 울음도 남지 않은 듯 했던 아이가 오고 있음에 하루 하루 경이로운 마음으로 일상을 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낳기 전의 일상은 두려움과 행복이 반반이다. 이 소중한 생명을 꼭 받아안고 개벽의
해거름녁 남강가에덩두렷한 흰보라꽃단발머리 눈큰소녀귀하고도 길한풀꽃영원하올 사랑이란꽃말까지 가슴아려함초롬한 回憶의꽃好雨時節 애틋한눈슬픗午睡 셔레이드주석해거름녁 : 해가 질 무렵덩두렷하다 : 미끈하고 시원스럽고 당당하여 분명하다함초롬하다 : 어떤 기운이 서리어 있거나 물기를 머금고 있어 차분하고 곱다回憶 : 돌이켜 추억하는 것. 또는, 그 추억好雨時節 : 당나라 시인 두보의 시구 好雨知時節좋은 비는 때를 안다. 때마침 내리는 적당한 비슬픗 : 잠시午睡 : 낮잠셔레이드(Charade) : 대사가 아닌 제스쳐로 인물의 의사, 감정을 보여주
태평양을 건너다 김형효 그대 건너 보았는가습자지 한 장 위에 드러누운 채저 광활한 푸른 창공에 점 하나로 우주를 삼키는 태양을 보았는가나는 습자지 위에 누운 채태평양을 건너 보았다네아니 습자지 위에 누워 러시아로 가서다시 출렁출렁거리는 거친 파도와 함께 놀며대양 깊숙이 무엇이 있는지아무 생각도 없이 나는 누운 채 태평양을 건넜다네오가는 길은 그저 구토가 몇 번거기 광활한 만주벌판도거기 광활한 대륙의 기상 앞에꼿꼿한 배달겨레의 찬란한 기상이 있었다네나무로 깎아서 만든 한반도를 뱃전에 달고나부끼는 통일과 민족혼의 상징인 깃발들을 우러르
입엔 걸친 술 몇 잔으로 인해몸은 흔들흔들 정신은 오락가락 기분이 좋다.세상살이 가벼워지고 주변도 모두 아름답다.이러하니 술 한 잔을 어찌 마다하겠는가? 입에서 나오는 익숙한 노래를낮은 목소리로 흥얼대며강가 밤길을 터벅터벅 걷는다.산책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대부분 둘 셋 가족연인친구들이지만나처럼 혼자 걷는 이들도 있다. 상가와 아파트의 전등 불빛들이강물에 반사되어 눈을 현란케 한다.우리들 삶도 저 불빛에 비치는 모습과 같지 않을까?분홍, 빨강, 파랑, 노랑 등 풀칼라에 휩싸여술 한 잔에 뿅~ 가는 지금 나처럼 말이다.자신까지 잊고
틈새가 보입니다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둥그런 동전처럼굴려 가 마냥 주저앉고 싶을 때구석지고 모서리진 틈새를 찾아갑니다 주체할 수 없는슬픔을 감추고 싶어 할 때어둡고 후미진 골목길이 제격입니다 브랜드와재래시장 사이가게를 기웃거리는 손님처럼방황하는 상품들이 진열대를 서성입니다 오래된 엄나무는가시가 돋지 않습니다세월 속 엄나무는 분노의 틈바구니질투의 틈 사이가 무디어진 이유입니다 굴러가는 돌에는이끼 낄 틈 허락하지 않는다고보는 이마다 피해 가는 *크레바스는생명을 보존할 틈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거대한 댐도옹벽이 무너지는
사랑에 관한 누군가의 말 이 기 운 깊은 밤 홀로 울다가 길을 떠난다이 세상에 수많은 길이 있다지만나의 길은 오직 그대에게만 열려있네 당신은 날 포로로 잡고 오랜 침묵나는 바보천치, 듣지 않는 그대에게한없이 소곤대고 있네쓸쓸하고 외로워도그대만을 바라보다가세상 모든 것이 안개가 되고 사람 사는 거리에 이방인처럼 떠돌며나는 말없이 기도하는 수행자그대의 제단에 바쳐진 제물 처음부터 외로운 이는 그대였네눈물 흘리는 이도 그대였네 내 온몸이 갓난아기처럼그 피의 연못에서 방금 씻겨지고내 손이 천국의 강물에 담갔던 것이라면당신의 손을 잡아 줄
순란하고 결곡하올畏友허석 수필집둘시간밖의 시간으로꿈틀삶이 지나간다읽다보니 시쁜내글小瑣하고 허우룩해가만하다 굴풋하여은결보며 허청허청연필깎아 긋고쓴다주석순란하다 : 아주 찬란하다결곡하다 : 얼굴 생김새나 마음씨가 깨끗하고 여무져서 빈틈이 없다시쁘다 : 만족스럽지 않아 말이 별로 없고 기분이 좋지 않다小瑣하다 : 보잘것없이 작거나 적다허우룩한 : 마음이 텅 빈 것같이 허전하고 서운하다.가만하다 : 움직이지 않거나 아무 말도 하지 아니한 상태에 있다.굴풋하다 : 배가 고파 무엇을 먹고 싶은 느낌이 있다銀결 : 달빛에 비쳐 은백색으로 보이는
쓰러져 간 금계국아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회원, 목사) 뭉툭한 바늘수만 번 굴러 작은 틈새물대포에 허우적거리다풀풀 떨어져 버린 백남기 농민을 기억한다 금 간 콘크리트 옹벽숨어있기도 버거운바늘 같은 틈새 사이금계국 노란 얼굴이 다시금 몸을 풀었다 이성 잃은 광풍검은 까마귀 떼 앞세워장대비 피바람 흉계를 감춘 채고산천 금계국 군락 여지없이 짓밟는다 감추어진 적외선짓눌린 압력은 또다시노란 눈꺼풀로 숨이 막혀오고곤봉에 채인 뻘건 선혈로 꽃등이 비릿하다 피리 불고칼 춤추는 군주 앞에곧은 붓은 박물관에 가보라고주책없는 코브라들 기고만장 춤을
시계방향 세바퀴돔돌을얹고 소원비는돌무더기 몽골어워 김발위에 김한장펴김나는밥 김장김치김씨할배 김밥작품정령이든 가족이든기가막힌 지극정성이어진끈 어워김밥 편집 : 김인수 객원편집위원
껍데기만 남아있고알맹이는 사라진꼴形骸化는 절대아냐공경하고 두려울사敬畏스런 신과자연가우디의 건축예술살다보니 깨닫게된성스러운 가족최선사그라다 파밀리아주석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짓고 있는 로마 가톨릭 성당이다. '사그라다'는 성스러운, 파밀리아는 가족을 뜻하므로 성가족성당이다.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하고 직접 건축하였으나 1882년에 시작된 건축은 1926년 73세로 가우디가 고인이 되었을 때 프로젝트의 1/4이 완성되었을뿐, 관광객과 신자들의 헌금과 기부금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매우 천천히 진행되어 141년째
어느 날 불시에 혜성처럼소년 앞에 홀연히 나타난 소녀소년은 평정을 잃었다.주체할 수 없는 격정으로몸이 떨렸고 맘은 풍선이었다.소녀의 출현의 암시가 무엇인지향후 어떻게 전개 될지 알 수 없었다.다만 극한 감정세계에 빠짐은 분명했다.소녀의 목소리를 듣고 난 소년은온통 소녀형상으로 가득 차버렸으니. 만물의 소리엔 성정이 있다.특히 사람의 목소리엔 그의 참 모습이 있다.소녀의 목소리는 온기와 정감이 있었다.진정한 미인은 목소리가 곱다 했던가?소녀의 목소리가 그랬다.꾀꼬리였고 은방울이었다.고음부분이 마스킹 되어부드럽고 감미로웠다. 눈을 감고
가족친구 시와영상실험창작 여행기록좋아하는 하르방과계단소주 달리기와꽃과단것 담배운전싫어하는 하르방은무지개와 주홍글씨마루와골 熱情關種따로함께 하나로삶 편집 : 김인수 객원편집위원
일구칠사 까까머리오십년을 이은소통이정희샘 남녀제자첫클래식 깨친충격평생동안 기쁨행복그때처럼 함께노래米壽은사 美壽제자살만큼산 삶이기에더욱간절 소중한끈주석66 美壽, 88 米壽 편집 : 김인수 객원편집위원
나는 네가 아니잖아 박 명 수(한국문인협회회원, 목사)너는 머리부터 넣어 셔츠를 입지만나는 두 팔부터 셔츠를 입지 너는 북적이는 시장 골목을 즐겨 찾지만나는 오붓한 오솔길을 좋아하지 너는 왼발부터 넣어 바지를 입지만나는 오른발부터 바지를 입어지빠귀는 이른 아침개울가를 찾아 목을 적시지만유리딱새는 대낮에 더운 얼굴을 씻지 아침에 퇴근해도 그림자는 낮을 닮아 설치고 저녁에는 그림자도 잠을 자지 왜 그러지나는 네가 아니잖아하나뿐인 작품은 둘이 아니잖아.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바닷물이 밀려간다(썰물).모래와 뻘이 나타난다(干潮).모래 위를 걷는다.발자국이 남는다.뻘 위를 걷는다.발자국이 더 선명하다.다른 사람들도 지나간다.발자국들이 겹친다.분간하기 어렵다. 바닷물이 밀려온다(밀물).파도가 왕복한다.발자국들이 희미해진다.바닷물이 차오른다(滿潮).발자국들이 물로 덮인다.물속에 잠긴다. 다시 썰물이 된다.바닷물이 밀려간다.모래와 뻘이 나타난다.발자국들이 없다.작은 흔적도 없다.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