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지난 8월 14일 서울에서 한 ‘월요시국기도회’에 이어 10월 9일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순회 ‘월요시국기도회’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부산은 월요시국기도회가 열리기로 했던 바로 전날에 갑작스럽게 연기된 적도 있었지만, 다시 시작한 월요시국기도회의 출발지가 됐습니다.항일거리로 알려진 정발 장군 동상 앞에서 열린 부산 월요시국기도회에는 사제단 60여 명을 포함해서 신자와 시민 70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기도회에 참석한 수도자들과 신자들 그리고 시민들은 손에 손자보를 들고 민주주의를 퇴행시키고 있는 윤석열 정부
앞뒤분간도 어려운 암흑의 좁은 동네길산책 중인 내 앞에 갑자기 나타난 백구험악하게 날 노려보며 무지하게 짖어댄다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갈 것인지 알 수 없다내 뒤를 따르며 무서운 큰 소리로 컹컹 짖는다아마 고이 잠든 마을 사람들을 깨우지 않았을까미안한 맘에 발소리와 숨을 죽이고 살금살금 살짝 백구 눈치 본 후 평온히 걸으려 노력했다이젠 내 앞으로 가서 나를 올려다보고 짖는다다소 놀라움에 움찔했지만 모르는 척 걸었다백구는 내 앞뒤로 계속 돌며 노려보고 짖었다여명도 트기 전이라 적막하고 고요하다 이 놈이 유기견인가 노숙견인가 궁금하여곁눈
삶에서 ‘만약’이라는 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요. 그래도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만약 내가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내게도 그런 시간이 있습니다. ‘그날 시위에 참가하지 않아서 눈을 실명(失明)하지 않았더라면 내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까?’가 하나, ‘동생들이 뭐라고 하든지 어머니를 육지로 보내지 않았더라면 조금은 더 행복하시지 않았을까?’가 또 하나입니다.제주에 살 때 아버지가 폐암말기라는 전화를 받고 무척 놀랐습니다. 누군가 가까이서 돌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부모님을 제주로 모셨
지난 9월 16일은 비가 많이 왔다. 어둑어둑하면서 비가 오기 시작했다. 저녁나절 동안 우르릉 쾅쾅거리더니 밤새 창문을 때리며 무섭게 쏟아졌다. 그다음 날은 언제 그리 요동쳤냐는 듯 날이 환했다. 밤새 내린 비에 모래천을 어찌 되었을까? 궁금했다. 모래천에 가보니 물속에 곱게 쌓아놓았던 돌탑은 대부분 무너졌다. 물의 양이 많아졌으며 풀과 나무 가시랭이들이 둥둥 떠다녔다. 폭우가 휩쓸고 간 후유증이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모래천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그분이 안 계시기에 나도 빗자루로 그분이 모래천을 청소하듯 해보았다. 그분이 할
쇳대 하나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매일 아침 광문 열던 시어머니 아침 지을 쌀 한 됫박 고봉 깎아 며느리에 건네든 일상 한여름 원두막 군것질 생각나서겉보리 한 바가지 퍼낼 때도 열쇠는 뒤주 속 눈금자를 기억했다 파 뿌리 된 며느리건네받은 *쇳대는 허리춤에 무뎌진 채 매달려어둑한 밤 지켜낸 파수꾼을 닮았다 서릿발로 덥혀진 들녘을 식히고 뙤약볕 콩깍지 열리는 소리 마당 가득한 비둘기 부리 분주한데 무거운 손열쇠 움켜쥔 백발은 호흡 짧아진 자물쇠를 열어노곤한 몸 누일 석양을 붙잡는다 무너진 장막 집 든든한 쇳대 하나 붙잡
오늘자 한겨레 기사를 읽다가, 11면 왼쪽 맨 위에 날씨 관련 흑백사진을 보았다. (=아래 사진 1)사진 구도도 좋았고 미세한 물방울까지 보이도록 순간 포착이 잘된 느낌이라, 사진 아래 설명까지 다 읽었다. 읽어가다가 ' ~ 마포구 경의선 숲길에 핀 홍띠에 빗방울이 맺혀있다.' 란 부분에서 '홍띠'란 야생초가 무엇인지 검색해보았다. 그런데, "홍띠는 '여러해살이풀'이고 5월에 잎보다 먼저 꽃이 핀다"고 설명되어 있어서, 사진 속 강아지풀 같은 야생초를 좀더 검색해보았더니, '수크렁'이란 우리말 이름의 식물처럼 보였다.(=아래 사진2
왼쪽 것은 차를 우려내고 남은 녹차, 오른 쪽 것은 그것을 말린 것입니다. ‘우려먹은 녹차를 왜 말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은 아주 오랜 행위입니다. 혼인한지 수년이 지나도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고 아내가 마음고생 할 때의 일입니다. 한 매체에서 녹차찌꺼기를 버릴 게 아니라 말려서 아이의 베갯속으로 만들면 아이정서에 좋다고 했지요. 맞벌이를 할 때라 겨우 일주일에 한번 차를 마실 때니 그 양이 얼마나 됐겠습니까? 반년이 지날 무렵 아내가 임신을 했지만 말린 녹차의 양은 겨우 한 움큼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세상에 나올 때
아픔의 끝단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여름 장마철 태풍보다 더 질긴 가지에 붙어 있지 않고는 열매의 풍요를 만져볼 수 없습니다 새벽녘 서리로이파리 시리도록 아픔 견뎌내지 못한다면 홍단풍 색조는 채색할 수 없습니다 물 한 모금도다문 입술 횡단하지 않고는식도에 다다를 수 없듯이 슬픔의 다리 건너지 않고 기쁨의 땅을 밟을 수 없습니다 슬픔과 기쁨 사이망각의 시간 들이킨 강물이 모여 웅얼거리고 강은 새벽안개를 모아 출렁입니다 초승달로 시작하여 보름달로 건너려면튼실한 반달 상판 하나 들고그믐이라는 교각 가로놓아야 합니다 절망보
서늘한 가을바람 불어오고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내 가슴에 홀로를 새긴 후난 그대를 불러왔네하지만 날이 가고 달이 가고사계가 다시 올 때가지홀로는 떨어지지 않았네 내 눈동자에 새겨졌던그대의 잔상은 흐려져 가고귓가에 맴돌던그대의 고운목소리도 멀어져갔네손등을 따뜻하게 덥혀주던그대의 부드러운 손길도 잊혀져가고숨을 컥 막히게 했던그대 입김도 사라져갔네 하지만 언젠가는 그대를 다시 볼그날이 오리라 맘 달래며애달픈 그리움과 기다림이눈앞에서 실현되기를 기도했다네오늘은 바람과 손잡고먼 곳까지 하염없이그대 마중 나갔네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윤석열은 스스로민주진보 진영의 분열 덕분에대통령이 되었다고 말한다. 윤석열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어도상관없다는 사람들에 힘 입어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고 힘 주어 말한다. 이재명이 되느니윤석열이 되는 게 낫다는 무리들 덕에대통령 되었다고 일갈한다. 자신의 속임수와 반란을 제압하지 못한 문통 덕도 크지만,윤석열보다 문통이 나쁘다, 문통이 일부러 윤통 만들었다는 갈라치기에힘 입는다 떠벌인다. 민주당 대통령 나와봐야 달라질 것 없다는 진보입네 하는 이들 덕택에왕이 될 수 있었다 웅변한다. 그리하여거짓과 속임수불의 불공정 몰상식으로 시작하여친
지연이, 답글이 늦었지?계절 탓이라네!ㅎㅎㅎ여기저기서 가을이 온다고 손짓해 마중하느라 늦었네.그래, 어디 다녀왔냐고?고향 땅 연천, 민통선 안 '태풍전망대' 다녀왔네.지난 9일 한글날, 친구들과 함께 한강 변 자유로를 따라 얼마쯤 가다 다시 임진강변 통일로를 따라 차를 몰았네.그날따라 하늘이 유난히도 맑고 푸르더군! 여기에 강물조차 맑으니 마음 또한 맑더군!天淸水淸又心淸!검문소에 신분증을 맡기고 얼마간 달리니 고지 위에 전망대가 있더군. 그곳은 행정상 연천군 중면 횡산리로 한국전쟁 전엔 안동권씨들이 집성촌을 이루어 살았던 곳이네.
하나. 세브란스셔틀버스를 타고 가는데 할머니 두 분이 이야기를 나눈다.“우리나이엔 요구르트를 먹는 게 좋대. 그래서 난 딸기 요플레를 먹어. 워낙 딸기를 좋아하거든.”“자기는 당뇨가 있지 않아?”“응, 그래서 요플레 먹을 때 딸기는 골라내고 먹어.”“……?”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지. 둘, 모임이 있어서 신촌에 갔는데 뱃속이 꿀렁꿀렁, 상태가 좋지 않았다. 화장실을 찾아서 두리번거리는데 중고서점 알라딘이 보였다. 얼른 들어가서 화장실로 갔는데 아뿔사 누군가가 사용하고 있다. ‘어떻게 하지? 다른데 갈까?’하다가 그냥 기다렸다.화장실
kbs 한국인의 밥상에서 2021년 광복절 특집으로 ‘최운산 장군의 밥상’이 방송되었다. 봉오동의 독립군은 헐벗고 굶주린 것이 아니라 정식 군복을 입었고, 물좋은 봉오동에서 농사지은 곡식으로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았다. 더구나 소와 돼지를 잡을 때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귀한 음식인 순대도 만들어 먹었다는 내용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FgHjph9LKbg&t=2s나는 방송에서 봉오동의 독립군들이 봉오동 독립전쟁 승전 후 함께 나누었던 잔치 음식 순대를 만들었다. 형제들과 함께 봉오동에서 독립군들
슬픈 가을의 소묘(素描)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색깔 고운 등산복가을을 두르고지팡이질 쾡한 두 눈이슬 떨어내는 발자국다람쥐 청설모 가슴만 아린다 배달된 문예지첫 장 낯선 시어들떨어질 듯 붙어 다니는각질 일어난 발뒤꿈치그림자가 그림자를 묶는다 달구어진 여름 무게만큼 가벼워진 가을 들어 올려 귀뚜리에게 변질된 음색으로 정장을 입힌다 여치보다 가는 목소리로 아침 안개 불러 날맹이부터 빗질하여 갈색 수채화로 묶어낸 은천골 전화 한 통 기다리다 지친소쩍새 밤새 울고다시는 울지 않게 된 날소쩍새 장막집은 보이지 않는다 편집 :
오십을 넘기면서 '더 늦기 전에 악기 하나를 배워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기타를 구입할지 망설일 때 주민센터의 강사가 말했습니다. 보통 입문용으로 10만 원 안팎의 것을 많이 구입하는데 이왕이면 조금 좋은 걸로 구입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6개월 쯤 지났을 때 입문용기타는 새것으로 바꿀 수밖에 없다고 했지요.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아무튼 오래도록 갖고 놀 장난감을 마련한다는 생각으로 괜찮은 기타를 구입했습니다. 주민센터에서 몇 달 배운 뒤로는 그냥 혼자서 연습을 했습니다. 그렇게 기타를 잡은지 수 년이 지
~ 며칠전 일이다. 점심을 먹고 수지천변을 산책하러 가는 길에, 갑자기 영어로 대화를 하는 말이 들렸다. 옆으로 지나가는 젊은 여성과 예닐곱살 되어보이는 딸이 서로 주고받는 말이었다.일상적인 초보 영어회화를 하는 것 같았는데, '꼭 저리 티를 내며 영어를 가르쳐야 하나?'라는 생각이들면서, 몇달전 대형식품판매점에 들어가다가 보았던 일이 머릿속에 떠올랐다.초등학교 1~2학년쯤 돼보이는 어린 여자아이들이 마치 미국 애들처럼 영어로 일상회화를 주고받으며 지나가는 것이었다.나는 (직업병처럼) 그 애들에게 한마디 타일러주려고 하다가, 이미
둘은 손을 잡고 말없이 걸었지요.눈은 서로의 맘을 보듯먼 곳을 바라보면서그 때 스스럼없이 다가서며서로의 손을 살포시 잡았지요.손은 서로를 기억할까요? 따뜻함이 가슴까지 밀려오더니설렘이 되고 뜀박질로 변했지요.아련한 그 손길그 손가락 하나하나지금도 서로의 손은 기억하겠지요.기억해야 할까요? 편집 : 김태평 객원편집위원
제20차 반핵아시아포럼은 서울과 부산, 울산 일정에 이어 경주와 울진, 삼척으로 이어졌습니다. 반핵아시아포럼 참가자들은 9월 22일 경주 나아리에 있는 공공연대노동조합 강당에 빼곡히 모여 2시간 동안 세미나를 진행했습니다.경주환경운동연합 이상홍 사무국장이 월성 핵발전 단지의 현황과 이주대책위원회의 활동 그리고 환경부의 ‘주민건강영향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법무법인 민심의 서은경 변호사가 갑상선암 공동소송의 쟁점과 판결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날 세미나에서 해외 참가자들은 수많은 질문으로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들은 “한국의
1김사라는 무명 작가이다. 2017년 촛불정부가 들어 선 뒤 필자 등이 중심이 되어, 촛불혁명의 계승 발전을 위해 만든 촛불시민들의 책 [촛불혁명 시민의 함성]촛불혁명 시민의 함성 : 네이버 도서 (naver.com)에 다음과 같은 작품을 실었다. 황룡 촛불 김사라황룡이 일어났다! 노랗고 붉밝은 촛불들이 모이고 모여비상하는 용처럼 크고 힘차게촛불혁명 이루었다. 2서울 출신 김사라 작가는 성인이 된 어느날 부터인가, 신라의 역사와 문화에 끌려 연고도 없는 경주에 내려 갔다. 거기에서 그녀는, 알에서 깨어난 신라의 건국 시조 박혁거세
고양이가 우리 곁을 떠났다.농장에 저장한 농산물을 지켜주던 아이들이다. 하필 우리가 풀어놓은 틈에 밖에 나가 죽은 채 발견됐다. 해마다 여름에 거둔 감자며 옥수수, 호박 따위 농산물을 농장에 저장해 두는데, 생쥐가 갉아 먹는 것을 막느라 기르던 고양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뒤 몇 날 며칠 들어오지 않더니, 농장에서 멀지 않은 산기슭에 죽어 있는 아이들을 남편이 찾아 묻어 주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생쥐들은 신나게 농산물을 갉아먹고 있다. 아무래도 어디서 고양이 한 마리 얻어와야 하겠구나!' 하던 차에, 옆집 할머니께서 희소식
떠오른 생각들로 순서도 정오(正誤)도 없다. 오호(惡好)와 시비(是非)를 논할 수는 있지만 대상은 아니다. 중복도 있으므로 고려하시면 좋겠다. 여러 차에 걸쳐 싣는다. 341.역사를 통해보면 사람은 대체로 물질부족과 심신구속 상태여야 천재성을 발휘한다. 물질적 곤궁과 정신적 근심걱정은 그를 극한 세계로 이끌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케 한다. 그 과정에 천재성이 작용한다. 고통과 고난, 번뇌와 번민은 그의 생각깊이를 높고 넓고 깊게 한다. 반면 풍요롭고 자유로우면 심신은 처지고 정신도 폐쇄된다. 342.자신의 노동 없이 남의 피땀으로
土偶장식 항아리의인물동물 파노라마함께했던 그이야기개구리의 뒷다리를무는뱀과 현악기를연주하는 여자옆의사랑나눔 지팡이를든남자와 새물고기신라사람 이맘은밈주석토우 土偶 : 흙으로 만든 인형.토우장식토기 : 상형토기와 마찬가지로 장례를 준비하며 만든 제의용 그릇, 소수의 특정한 무덤에서만 발견되어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냄. 죽은이의 영혼을 잘 보내고 사후세계에서도 현재와 같은 삶을 살길 바라라는 재생, 탄생, 부활의 상징 표현.[국립중앙박물관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 - 상형토기와 토우장식토기- 전시회(2023.5.26~10.9)
여덟번째 과학샘과한달지난 아해들의가지말란 아우성들샘덕분에 과학재미계속이어 수업희망그정성에 발목잡혀학교장의 부탁까지하루고민 이틀숙려다음달도 계속근무 편집 : 김인수 객원편집위원
엄마 송편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송편 안칠솔가지 꺾어와라엄마 목소리 큰똥뫼 소나무 꺾다뱀 또아리 소스라쳐놀란 기억 여전한데 엄마 손 송편 맛은어디로 달아났을까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명절은 힘이 듭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기름진 반찬이 나와서 좋았던 유년기를 제외하곤 늘 그랬습니다. 초등학생이 되기도 전부터 설이나 추석에는 깜깜한 새벽에 어머니가 깨웠습니다. 그럼 잠에 취해서 비틀거리면서도 아버지의 손을 잡고, 천안 큰집에 가야했지요. 셀 수도 없을 만큼 절을 하고나면 늦은 아침을 먹고, 어른들을 꽁무니를 쫓아서 성묘를 다녔습니다. 그런데 그 길이 어린아이가 걷기에는 만만치 않을 만큼 멀었습니다. 특히 많은 눈이 내린 설이면 춥고, 미끄러워서 애를 먹곤 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아버지
어딜튈지 뭘말할지예측불가 기상천외눈치없고 철도아직흠씬취한 개구락지혼이빠진 강시좀비미운짓만 골라악동끝날때만 기다리다세월가면 깨닫겠지포기못해 다시미소 편집 : 김인수 객원편집위원
오랜만에 만나도 언제나 반겨주는 이들이 있다. 바로 보배와 마린이인데, 어머니 댁에 가게 되면 문앞에서부터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달려드는 녀석들이다. 그러나 조금 지나면 서로 짖어대며 아웅다웅하는 건 여전하다. 이 모습을 보면서 문득 50년 전으로 기억을 되살려본다. 대학 1학년 교양과목으로 오발탄으로 유명한 작가인 이범선 교수님의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글짓기 과제를 주시며 의미가 있는 이름을 떠올리면서 원고지에 적어오라신다. 며칠을 생각한 끝에 집 마당에서 기르던 강아지 이름을 제목으로 몇 자 끄적거려서 원고지에 옮긴 후에
물 한 방울의 인격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 부드러운 인격은 담기는 모양대로 머리를 풀고오늘 아닌 내일을 향해 빛깔 고운 새 옷을 순식간에 갈아입는다 투명한 색깔로자신을 들여다보고오롯이 인격을 비추는 거울로순전한 마음을 고집하며 살아간다 맑은 심정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때로는 아파서 흐르는 오물도 두 손이 모자라 강뚝을 더듬어가며등을 돌리는 악취도 따뜻한 가슴으로 품는다 위의 것을 거들떠보지 않고오로지 아래로만 향하는 너는떨어져 내리는 곳을 가리지 않고가는 길을 끝내 멈추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힘이 들면 부딪쳐 쉬어가고막으
얼마 전에 아파트 거실 벽에 붙어있는 전등 스위치가 고장났습니다. 그래서 수리점 아저씨를 불러 새것으로 바꾸었는데요. 아저씨가 가고 난 뒤에 살펴봤더니 직사각형의 스위치가 조금 비뚤어져 있었어요. 미세하지만 상단이 오른쪽으로 약간 기울어있었습니다. 볼 때마다 신경에 거슬리고 불편합니다.전같으면 끙끙대면서 뜯어내고 기어이 바로 잡았을 겁니다.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비뚤어진 스위치를 면벽하는 수도자처럼 바라봅니다. 익숙해질 때까지. 그리고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때까지.저는 오랫동안 출판과 언론에서 잉크밥 먹고 살았습니다. 지난
자동차의 엔진이 멈춘 지 한 달, 그것을 폐차한지 3주가 지났습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조금 더 친환경적으로 살아볼까?’생각하다가 퍼뜩 놀랐습니다.직장생활을 하다가 육아를 위해서 회사를 그만둔 게 1999년. 그리고 아이가 아장아장 걸을 무렵에 자동차를 처분했습니다. 그때도 ‘이제는 조금 더 친환경적으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과천시민회관의 녹색가게에서 아이 옷을 구입해 오는 중이었습니다. 다리 아프다고 칭얼대는 아이를 안고 걷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지요. ‘소나긴가?’하고 아파트의 관리사무소 처마 밑으로 피했는데 비가
어청도 박 명 수 (한국문인협회 회원, 목사)향긋한 쑥 향기가 해초 냄새 시기하는 곳 백로 떼가 도요새를 친구 삼아 뒹구는 동네 해당화 찔레꽃이 봄을 실어 나르는 섬 그 이름 어청도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기일(忌日) 이 기 운 창(窓)에 부딪히는 햇살이 뜨거워커튼을 치다가 생각한다더운 집에 살던 여름날창문에 신문지를 붙이고겨울이면 추운 집낡은 이불을 유리창에 매달던아버지아버지, 하루만 출장 좀 와 보세요 이 세상 만들고 세상보다 크다는 이를 찾다가아버지 기일도 잊어버렸다세상은 추위와 더위가 그치지 않으니늙고 메마른 아버지 손길이 그분의 손이었음을검버섯 가득한 아버지 얼굴이 그이의 얼굴이었음을이제 깨닫게 되네햇빛 가리고 나른한 오후내 안에 일렁이는 고요한 불빛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